[설왕설래] 철학자의 비판

강호원 2021. 4. 2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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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구를 한 번 만들자 천하의 낟알은 껍질이 없어지고, 신발을 한 번 만들자 천하에 맨발로 다니는 사람이 없다. 수레를 만들자 아무리 길이 험해도 천하의 물자가 유통되지 못하는 법이 없다."

절구가 없었다면? 껍질을 벗기지 못한다.

신발이 없었다면? 맨발로 다녀야 한다.

철학자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가 '586' 집권세력을 향해 통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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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구를 한 번 만들자 천하의 낟알은 껍질이 없어지고, 신발을 한 번 만들자 천하에 맨발로 다니는 사람이 없다. 수레를 만들자 아무리 길이 험해도 천하의 물자가 유통되지 못하는 법이 없다.”

실학자 박제가가 ‘북학의’ 서문에 쓴 글이다. 절구가 없었다면? 껍질을 벗기지 못한다. 신발이 없었다면? 맨발로 다녀야 한다. 실사(實事)에 눈뜨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은 글이다. ‘이념에 갇혀’ 병든 조선의 사대부를 비판하는 글은 이어진다. “백성의 삶이 아무리 곤궁해도 소매에 손을 꽂은 채 구원하지 않으려 하는가.” 그런 조선은 어찌됐나. 가난과 부패에 찌들었다.

이념 광풍은 공영방송 교양 프로그램에도 거세다. KBS의 ‘역사저널 그날’. 2013년 10월 시작한 역사 교양물이다. 삼국·고려·조선시대에 걸쳐 수많은 우수한 작품을 만들었다. 2019년부터 달라졌다. 편집 방향을 바꿔 근현대사 사건만 다루기 시작했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는 ‘막전막후-이승만 정부의 탄생’과 ‘피의 일주일-4·19부터 하야까지’를, 이번 4·7 재보궐선거 전에는 ‘1987 박종철’, ‘1987 이한열’을 내보냈다. 왜 그랬을까. 우연의 일치일까, 코드를 맞춘 걸까.

그즈음 조국·추미애 전 법무장관을 비롯한 집권세력 정치인은 극단의 이념 구호를 부르짖었다. ‘죽창가’ ‘토착왜구’ ‘적폐 청산’…. 지금도 이어진다.

철학자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가 ‘586’ 집권세력을 향해 통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쓴소리를 듣겠다며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여당 대표에 출마한 우원식 의원의 ‘친일 잔재 완전 청산’ 발언을 두고 말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패배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믿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만 제기했다. 생각이 멈췄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는 왜 가장 중요한 반도체 문제는 이슈가 되지 않는가.” 얼마 전에는 이런 비판도 했다. “586 집권세력의 말 바꾸기, 거짓말은 ‘과거 신념에 갇혀’ 생긴 문제다.… 공부를 안 해 생각하는 능력이 없어졌다.”

박제가의 통탄과 다르지 않다. 실용과 합리를 짓밟는 이념정치. 조선의 운명이 어른거린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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