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국가 명운 걸린 반도체 전쟁
中 응전에 반도체 대란 조짐
샌드위치 신세 삼성 위기 고조
이재용 사면·가석방 검토해야
1980년대 미국과 일본이 반도체 패권을 놓고 맞붙었다. 당시 일본 반도체업계는 저가 공세로 미국 시장을 잠식했고 급기야 인텔은 1985년 D램 사업을 포기했다. 세계 반도체의 메카였던 미 실리콘밸리는 충격에 휩싸였다. ‘제2의 진주만 습격’이었다. 깜짝 놀란 미국은 이듬해 일본 정부를 압박해 반도체협정을 체결했다. 일본 내 외국산 반도체 비중을 20%까지 높이고 일본이 미국에 덤핑수출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본에서는 1854년 페리 제독의 일본 개항에 빗대 ‘제2의 페리 굴욕’이라 불렀다. 그 후 일본 기업들은 차례로 D램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고 2012년에는 일본 최대 D램 업체 엘피다가 파산했다. 이런 내막을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모를 리 없다. “5년 후 10년 후에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식은땀이 난다”는 그의 말에는 살벌한 전쟁 경험이 녹아 있을 게 틀림없다.
국내 반도체업계는 샌드위치 신세다. 우리는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미국에 협력할 수밖에 없다. 거대 시장을 지닌 중국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다.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에서 미국 비중이 20%를 웃돌지만 중국도 20%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으나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미국의 대중 제재조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운영 중인 반도체 공장이 타격을 받을 공산이 크다. 투자를 실기하거나 공급망 구축에 실패하면 시장도 기술도 다 잃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강력히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다. 업계가 수년 전부터 반도체산업 특별법 지원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꿈쩍도 안 한다. 환경·안전 등 즐비한 규제나 용수 등 인프라 문제는 손질할 생각이 없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다급한 백신 수급을 위해 미 반도체 공급망을 도와줄 수 있다는 엉뚱한 말까지 한다. ‘21세기 산업의 쌀’ 반도체는 한국경제의 심장이다. 수출 비중이 20%에 달하고 영업이익은 상장사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반도체 전쟁에서 패한다면 한국경제는 몰락의 길에 들어설 게 뻔하다.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이재용 부회장은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 그의 등골에도 식은땀이 날 것이다. 이 부회장은 2년 전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세계 1위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만 TSMC와 격차는 29%포인트에서 38%포인트로 확대됐다. 갈수록 삼성의 위기는 고조될 것이다. 오죽하면 5개 경제단체장이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하고 불교계 주지 스님들까지 이 부회장에게 다시 기회를 주자고 호소했을까. 국가 운명을 좌우할 이 싸움에 가능한 모든 자원과 경험을 동원해 대처하는 게 옳다. 실사구시의 지혜가 절실한 때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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