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3종' 최숙현 선수 죽음 부른 운동부 폭력.. 산업재해 인정
감독과 운동처방사, 선배 선수 등의 지속적 폭행과 가혹 행위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팀 소속 최숙현 선수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최근 들어 직장 내 가혹 행위 등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 업무상 재해로 점차 인정되는 추세지만, 스포츠계 사례가 산업재해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지가 입수한 최씨의 업무상질병판정서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대구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 8일 “경주시체육회 소속으로 업무 수행 과정에서 겪은 따돌림, 폭행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실이 인정되는 등 최씨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최씨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적응장애’(충격적 사건을 겪은 후 우울·불안 등의 증상이 강하게 지속되는 것)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고, 이에 따라 최씨의 유족에게 장의비와 유족 급여 등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씨는 작년 6월 26일 오전 1시쯤 가족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거주지인 부산 동래구의 한 빌라 8층 옥상에서 투신했다. 검찰 수사 결과, 최씨는 2017년과 2019년 경주시청 소속 철인 3종 선수로 활동하며 김규봉 전 감독과 운동처방사 안주현씨, 팀 내 다른 선수들로부터 괴롭힘에 시달린 탓에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최씨의 뺨과 머리를 손으로 내려치거나(폭행), 1㎏가량의 과자를 억지로 먹이고(식고문), 운동 지도 과정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강제 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월 이 사건 1심 재판에서 김 전 감독은 징역 7년, 안씨는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폭행·가혹 행위가 여전히 반복되는 스포츠계에 변화를 불러올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최씨 측 변호인인 이영대 변호사는 “운동선수들은 자신을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를 산업재해라고 생각조차 못 한다”면서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생각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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