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인생 '가장 높은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최형우
[경향신문]
데뷔 2년차에 2안타 친 뒤 방출
6년 뒤 중고신인으로 3번째 안타
삼성·KIA 거치며 꾸준한 활약
13년 연속 100안타 이상 기록
다음 목표는 ‘역대 최다 타점’
2002년 삼성 신인 타자 최형우는 10월18일 롯데전에서 데뷔 첫 안타를 쳤다. 대타로 나가 투수 염종석을 상대로 2루타를 치니 이튿날에도 기회가 왔다. KIA전에서도 2루타로 통산 두 번째 안타를 신고했다.
그러나 다음 기회는 오지 않았다. 2004년 2타석에 나선 것이 이후 1군 경력의 전부가 된 최형우는 2005년 말 방출 통보를 받았다. 최형우는 당시의 자신을 ‘인생의 낙오자였다’고 떠올렸다. 큰 좌절 속에서 마침 창단된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독기를 품은 최형우가 2군에서 홈런왕이 되자 2007년 말 삼성이 다시 불렀다. 2008년 KBO리그에 복귀한 최형우는 ‘중고신인’ 바람을 일으키며 신인왕이 됐다. 데뷔 3호 안타는 4월1일 LG전에서 나왔다. 연장 10회에 친 역전 홈런, 인생 역전의 시작이었다.
2호에서 3호로 나아가는 데 무려 6년이 걸렸던 최형우는 그 뒤 13년 만인 2021년 통산 2000안타 고지를 밟았다.
최형우는 지난 20일 잠실 LG전에서 홈런 2개로 2안타를 추가, 통산 2000안타를 달성했다. KBO리그 역대 12번째 대기록이다.
2000안타는 타자들의 야구인생에서 가장 높은 고지로 통한다. 100안타씩 쳐도 20년을 뛰어야 하는, 꾸준한 활약의 상징이다. 앞서 고지를 밟은 11명의 타자는 모두 데뷔할 때부터 주목받고 꾸준히 주축으로 뛴 슈퍼스타들이었다.
최형우는 “나는 하루에 안타 1개를 치면서 버티던 선수였다. FA(자유계약선수) 때도 그랬지만 2000안타라니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다른 형들은 어릴 때부터 야구를 잘했다. 나는 늦은 나이에 1군에 올라왔기 때문에 아직은 활약할 힘과 시간이 남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형우의 2000안타 속에는 그래서 더 값진 기록이 숨어 있다. 최형우는 1722경기 만에 2000안타를 쳤다. LG 이병규(1653경기)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적은 경기 기록이다. 2008년 106안타로 출발해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100안타 이상을 친 최형우는 그중 8시즌을 150안타 이상 쳐내면서 2000안타에 이르렀다.
‘레전드’의 자격을 갖춘 최형우는 역대 최다 타점을 바라본다. 최형우가 20일까지 기록한 1346타점은 이승엽(1498개), 양준혁(1389개), 김태균(1358개)에 이은 역대 4위다.
해마다 최소 90타점 수준은 기록했던 최형우는 정상적으로 시즌을 치른다면 내년 이승엽에게 도전할 수 있다.
최형우는 “나는 평범한 선수다. 레전드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며 “몇 안타를 치겠다는 목표는 없지만 타점은 욕심난다. 중심타자로서 타점을 계속 올려 최다 타점 기록은 꼭 세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조금 늦었지만 훨씬 뜨겁게 불붙은 만 38세 타자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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