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보컬과 신인의 마음으로 작업..요즘세대 히트곡 만들기가 새 목표"

심윤지 기자 2021. 4. 2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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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신곡 발매하는 015B 장호일 "365일 열린 오디션 지원하세요"

[경향신문]

2018년부터 매월 ‘뉴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신인들과 신곡을 내고 있는 015B의 장호일이 서울 논현동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015B와 함께 좋은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면 누구나 지원 가능합니다.”

메인보컬 없는 한국 최초의 프로듀서 그룹 015B는 지금도 1년 365일 오디션을 진행 중이다. 공식 홈페이지에 적힌 e메일로 간단한 자기 소개와 데모 음원을 보내기만 하면 된다. 윤종신, 김돈규 등을 배출한 ‘객원보컬’ 시스템은 데뷔 후 31년간 지켜온 015B만의 전통이자 정체성이 됐다.

015B는 보컬 신해철을 제외한 무한궤도 멤버들이 주축이다. “흔히 밴드 하면 보컬과 나머지로 보는 시선”이 싫었던 이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보컬 없는 밴드를 만들자고 결심했다. 젊은 날의 혈기 넘치는 선택 때문에 015B는 ‘이젠 안녕’ ‘신인류의 사랑’ 같은 히트곡을 내고도 30여년째 ‘구인난’에 시달리는 처지다. 하지만 바로 그 선택 덕분에 015B는 ‘왕년의 뮤지션’이란 타이틀에 갇히지 않는다. 예전만큼 알려져 있진 않지만 2018년부터 매월 ‘뉴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신인들과 신곡을 발매하고 있다. 가장 최근 곡은 지난 20일 발매된 1980년대 신스팝 장르의 ‘빅터를 기다리며’(표지 사진). 인디밴드 ‘서교동의 밤’ 보컬 다원과 함께했다.

“아직까진 절반의 성공이죠. 우리 스스로 부끄러운 작품은 없었지만, 앨범을 100만장씩 팔았던 1990년대에 비하면 유튜브 조회수는 미미하니까요. 그래서 요즘 시대에 다들 알 만한 히트곡 하나 더 만드는 게 새로운 목표가 됐어요.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갔다고 할까. ‘어느 한 놈만 걸려라’ 하고 매달 찍어내는 거죠(웃음).”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작업실에서 만난 장호일이 말했다.

객원보컬들 면면은 각양각색이다. 유라·김뮤지엄은 R&B신의 떠오르는 신예, 롤링쿼츠는 요즘 시대 보기 드문 여성 록밴드다. 홍비는 취미로 음악활동을 시작한 대학생이었고, 동하·이태권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얼굴을 알린 보컬리스트다.

“요즘은 015B가 이런 걸 하는 걸 아니까 주위에서도 소개를 많이 해줘요. 우리는 보컬이 없으니 항상 신인이나 지망생에 안테나를 켜고 있죠. 신인들 입장에선 015B와의 작업이 커리어가 될 수 있고요. 서로 ‘윈윈’인 거죠.”

젊은 아티스트들과의 작업은 015B의 과거 히트곡에도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도 그렇게 빛을 본 곡이다. “원곡은 1993년에 김돈규씨가 불렀는데, 2017년 ‘앤솔러지’라는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오왠과 재녹음을 했어요. 요즘엔 오왠 곡인 줄 아는 이들도 많더라고요.”

1990년대 음악 열풍이 다시 돌아온 덕분일까. 유튜브에서 ‘015B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해보면 밀레니얼 세대 팬들의 댓글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015B의 전성기인 1990년대 태어난 이들이 015B의 팬이 된 셈. 하지만 장호일은 ‘원조 X세대’ 특유의 시니컬함을 잃지 않는다.

“똑같은 음악을 하더라도 20대 초중반에 했으면 ‘트렌디하고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았겠지만 지금은 ‘아재들이 의외네’ 정도 아니겠어요. 작업할 때 메인 프로듀서 정석원에게도 그렇게 말해요. ‘요즘 애들이 이런 아재들 노래를 왜 듣겠냐’고요. 그러니까 이들에게 먹히는 곡을 내보고 싶다는 의욕도 더 생기는 거죠.”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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