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가 진짜 민주주의로 가려면 군부 권력 보장한 헌법부터 바꿔야"

김윤나영 기자 2021. 4. 2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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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유학 중인 '친족 청년단체' 대표 찬 빅 재

[경향신문]

찬 빅 재 미얀마 친족 청년단체 대표가 21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친족 전통의상을 입고 참석해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찬 빅 재 제공

한국 유학생 찬 빅 재(30)는 미얀마 소수민족 친족 출신이다. 2017년 한국으로 와 인천대 정치외교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지난 2월1일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일어나자 그는 2월7일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친족 유학생 모임인 ‘친족 청년단체’를 만들었다. 단기간에 전 세계 친족 유학생 500여명이 가입했다. 불교도가 90%에 가까운 미얀마에서 친족은 주로 기독교를 믿는 소수민족이다. 주류 민족인 버마족과는 언어도 다르다. 찬 빅 재는 “한국인들은 로힝야족 문제만 알지만, 친족을 포함한 다른 소수민족도 군부에 학살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문민정부가 들어섰을 때도 ‘반쪽짜리’ 정부라고 봤다. 군부에 상당한 권력을 보장하는 2008년 헌법을 그대로 두는 한 “군복에서 민간인 복장으로 옷만 바꿔 입은 정부”라고 했다. 2008년 헌법은 군부에 전체 의석의 25%를 자동 할당하고, 군 통수권과 비상사태 선포권을 군 최고사령관에게 부여한다.

찬 빅 재는 쿠데타 이후 수지 고문이 이끌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소수민족들과 연합해 만든 국민통합정부(NUG)를 지지한다. 친족 청년단체 대표 자격으로 21일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에 NUG를 인정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국제사회와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군부를 끌어내리고 헌법을 개정해야 진짜 민주주의”라면서 “새 정부는 소수민족에게 평등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찬 빅 재를 21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 쿠데타에 왜 반대하나.

“이전에도 미얀마는 온전한 민주국가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과도기를 거쳐 언젠가는 민주국가가 되리라는 희망이 있었는데, 쿠데타로 인해 민주주의로 가는 길마저 중단됐다.”

- 2016년 문민정부 평가는.

“헌법을 바꾸지 않고 집권했기에 한계가 있었다. 군복에서 민간인 복장으로 옷만 바꿔 입은 정부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일부 소수민족은 투표권을 박탈당했다. NLD가 질 것 같은 지역에는 투표소를 설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많은 친족이 NLD에 지지를 보냈다. 소수민족에게 평등권을 부여해야 한다.”

- 친족도 군부의 탄압 받았나.

“로힝야 학살은 가장 최근 사건이고 그 전엔 친족도 학살당했다. 내가 다섯 살 때이던 1996년 아버지가 친족 탈영병을 도왔다는 이유로 군인들이 우리 집에 들이닥쳐 총을 쏜 적이 있다. 온 가족이 이사해야 했다. 친족 중에는 기독교도가 많은데, 기독교도는 차별받는다.”

- NUG를 왜 지지하나.

“NUG는 소수민족 자치권 인정, 연방연합 민주주의 국가 건립, 평등권 보장이라는 세 가지 소수민족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였다. 다만 수지 고문은 로힝야족을 미얀마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 일부 소수민족은 구금된 수지 고문이 나중에 돌아와서 ‘나는 연방연합에 동의한 적 없다’고 할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우리는 수지 고문이 있든 없든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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