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청와대에 러시아 백신 검토 요청"..도입 공론화 나서
문 대통령도 점검 지시
전문가 "안전성 검증 먼저"
[경향신문]
코로나19 백신의 수급 불안이 커지자 러시아산 백신인 ‘스푸트니크V’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공론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백신도 혈전과 같은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한 뒤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1일 “러시아 백신은 국내에서 위탁생산이 가능해 안전성을 검증하면 가격도 싸고 구하기도 쉽고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데 진영대결 때문에 터부시돼 있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 문제를 갖고 진영에 휘둘리면 안 된다. 이미 청와대 쪽에 연락해 검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스푸트니크V 백신의 도입 가능성을 점검해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임상 3상 시험을 마친 결과 91.6%의 예방 효과가 입증됐다. 이란, 파키스탄,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 아시아와 남미, 동유럽 등 60여개 국가에서 사용 승인을 받아 접종되고 있다. 다만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아 미국과 다수 유럽 국가에서는 아직 사용 승인을 받지 못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 지엘라파와 휴온스 글로벌은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러시아 국부펀드(RDIF)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르면 5월부터 이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한다. 전량 수출용이다.
전문가들은 이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AZ)와 얀센 백신처럼 아데노바이러스를 전달체로 사용하는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이기 때문에 혈전 발생과 같은 비슷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스푸트니크V 백신은 아데노바이러스 26형(얀센 백신에서 사용)과 아데노바이러스 5형을 순차적으로 모두 사용한다. 다른 바이러스 2개가 동시에 몸을 공격해 혈전 발생 위험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백신을 도입하려면 면밀한 안전성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문제는 접종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스푸트니크V 백신이 러시아와 남미 등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이들 국가의 안전성 감시 시스템이 미국이나 유럽처럼 잘 되고 있지 않다”며 “제일 급선무는 (해당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 가말레야 연구소가 현재까지 접종한 백신의 안전성 감시자료를 발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기종 대한백신학회 편집위원장은 “FDA(미 식품의약국)나 EMA(유럽의약품청)의 사용 승인이나 WHO(세계보건기구) 권고안이 나온다면 국내 백신 수급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잠재적인 위험성이 있는 만큼 이미 계약을 마친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백신에 비해 사용 우선순위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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