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는 접종 지연·AZ는 불안..연령대별 다른 '백신 속앓이'

김지훈 2021. 4. 2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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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78살 당뇨환자 "화이자 접종 늦어져 실망"
이달부터 AZ 접종 30~50대 62%만 예약
취업준비생 20대 "대체 백신 없어 답답"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 정부가 도입한 화이자 백신 25만회분이 도착해 화물기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의약품청(EMA)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에 이어 얀센 백신에 대해서도 ‘희귀 혈전증’을 부작용으로 인정함에 따라 21일 정부가 접종 연령 제한 등 후속 조처 검토에 나섰다. 얀센 백신은 600만명분을 계약해 3분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도입될 예정이지만, 아스트라제네카와 마찬가지로 국민 수용도가 떨어지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백신의 ‘희귀 혈전증’ 여파 속에서 연령대별로 백신 접종 계획에 따른 다양한 고민을 들어봤다.

75살 이상은 접종 속도가 고민

먼저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75살 이상 고령자들은 백신 접종이 늦어지는 것이 불만이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정아무개(78·남)씨는 지난 16일 주민센터로부터 ‘6월 중 접종 예정’이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정씨는 “빠르면 4월이나 5월 초쯤은 맞으리란 기대가 있었는데 의외로 늦어져서 실망했다”며 “기저질환으로 당뇨가 있는데다, 화이자 물량 부족을 우려하는 얘기도 많이 듣다보니 빨리 맞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화이자 백신 접종 대상인 75살 이상 고령자에서 동의율은 이날 기준 83.8%로 높은 편이다. 백신 접종 자체를 꺼리는 초고령자들이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하지만 4월부터 접종이 시작된 75살 이상 고령자 350만명에게 접종할 화이자 백신이 3월 50만명분, 4월 50만명분 들어오는 등 공급이 빠르지 않아 접종도 좀체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이날 0시 기준으로 이 접종군의 접종율은 15%(접종대상자 대비)다.

65~74살 고령층, 아스트라 접종 거부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인 65~74살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고위험군이지만 접종 의향은 높지 않은 편이다. 이아무개(74·여)씨는 “뇌 질환 문제로 혈전 용해제인 아스피린을 매일 먹어서 혈전 부작용이 너무 걱정된다”며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제한 연령에 해당하지 않지만 맞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시작한 요양병원·시설의 65살 이상 입원·입소·종사자들의 접종동의율은 이날 0시 기준으로 68%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처음엔 고령층에 예방효과를 입증할 임상 자료가 부족하다는 논란을 겪었고, 최근엔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희귀 혈전증’이 부작용으로 등록되면서 되레 만 30살 미만 젊은층 접종이 제한되는 홍역을 겪었다. 이런 탓에 여전히 고령층에서도 백신 수용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30~50대 저연령 여성, 낮은 접종률의 중심

30대부터 50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제한 연령은 아니지만, 연령대가 가까워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이 시작된 장애인·노인방문·보훈인력 돌봄종사자와 항공승무원들엔 경제활동 중인 30~50대가 상당수 분포해 있는데, 이들의 접종 신청 비율이 낮아 정부의 고민이 깊다. 예약을 받기 시작한 지 9일이 지난 이날 0시 기준으로 전체 대상자 34만여명 가운데 예약자는 21만여명으로 61.7%에 그친다. 특히 젊은 여성이 많은 항공승무원은 이날 기준 1만6200명이 접종대상자이지만 8311명이 예약해 예약률은 52.3%로 더 낮다. 이들과 돌봄노동자는 ‘희귀 혈전증’ 발생 확률이 더 큰 편인 저연령층 여성의 비율이 높은 점이 낮은 예약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항공사에 재직 중인 승무원 ㄱ(36·여)씨는 “주변에서도 부작용 문제로 맞겠다고 했다가 안 맞거나, 안 맞겠다고 했다가 맞겠다고 하는 등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자녀에게 옮길 것을 걱정하거나, 가족 부양책임이 커서 국제선 근무를 더 빨리하고 싶은 사람은 백신을 맞겠다지만, 저처럼 늦더라도 다른 백신을 맞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 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예약률이 최소한 70%는 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대는 맞을 백신이 없다

20대는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이 30살 미만엔 제한됐기 때문에 당장의 고민에선 비켜났지만, 대체 백신에 대한 전망이 안 보이는 점을 답답해 한다. 경기도의 한 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서 일하는 ㄴ(29·남)씨는 “백신에 대한 불안함을 많이 느끼고 있지만, 몸이 약한 장애인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라도 맞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인 윤아무개씨(24·여)는 “원래는 백신을 맞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부작용 뉴스 등으로 요즘은 망설여진다”며 “20대는 언제, 무슨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것인지도 확실치 않은데다 백신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도 답답하게 여겨진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얀센발 ‘희귀 혈전증’ 논란으로 백신 다양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가 상반기 안에 이런 기대를 충족하긴 어려워 보인다. 당장 화이자와 함께 엠아르엔에이(mRNA) 방식이라서 국민적인 관심이 쏠린 모더나 백신은 2분기 공급이 없거나 미미한 분량에 그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상반기 도입이 확정된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1808만8천회분 이외에 2분기 도입을 협상 중인 271만2천회분은 현재로선 6월 시제품이 나올 노바백스 백신이 대부분이 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접종률을 계획만큼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일단 뒷순위 접종 대상자들을 당겨와서 접종하는 방법으로라도 상반기 1200만명 접종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손영래 반장은 “최대한 접종 희망률을 끌어올려 (상반기에) 1200만명을 접종하겠다는 것이 1단계 목표지만, 예약률이 낮아져 백신이 남으면 후순위 접종대상자들을 먼저 접종시켜 1200만명을 채운다는 것이 현재 구상”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서혜미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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