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대통령과 오세훈·박형준 오찬, 협치·소통의 계기 되길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이 야당 소속 지자체장을 초청해 오찬을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재·보선 패배 이후 청와대가 야당과의 소통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로 평가한다.
이날 회동에서 눈에 띄는 점은 문 대통령이 여러 분야에서 소통과 협치를 언급한 점이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의 원활한 접종에 대해 두 시장의 협조를 요청했다. 유영민 비서실장은 백신 도입에 대한 정보공개 범위를 최대한 넓혀 나가겠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야권이 비판한 기모란 방역기획관의 임명에 대해서도 이해를 구했다. 청와대가 야당 소속 시장들에게 인사와 백신 문제를 설명했다는 것 자체가 달라진 모습이다. 오 시장은 사후 브리핑에서 “백신 수급에 관한 정부 측 상황 인식을 알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오 시장이 중앙정부와 별도로 서울형 방역지침을 언급하면서 제기된 방역지침 혼선이 해소될지 기대를 갖게 한다. 부산 엑스포,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등 지역현안도 거론됐다. 바람직한 흐름이다.
양측 간 이견을 보인 대목들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쉽게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되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며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오 시장의 견해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 시장이 두 전직 대통령 이명박·박근혜씨 사면에 대해 거론하자 문 대통령은 국민의 공감대가 중요하다며 완곡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소통과 협치가 한번에 성사될 수는 없다. 하지만 공통의 지향점을 인정하면서 진지하게 협의해 나간다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4·7 재·보선을 통해 시민들은 여당의 독주를 비판하고 여야가 서로 소통하며 협치하라고 주문했다. 그동안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과의 협치를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청와대는 재·보선 패배를 계기로 개각을 단행, 통합과 소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정 전반을 돌아보며 새 출발의 전기로 삼겠다”면서 “야당과의 소통과 협력에도 힘써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번 야당 소속 시장들과의 오찬 회동이 문 대통령이 주문한 대야 소통으로 가는 첫걸음이 되었으면 한다. 문 대통령의 소통 행보가 후퇴 없이 지속적으로 강화돼 여야 간 타협 분위기를 북돋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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