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8% '만성 울분'..당신은 무엇에 분노하셨습니까?

박지원 2021. 4. 2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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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터지면서 우울함과 박탈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지난해부터 자영업자들의 삶은 너무 어려워졌는데 사회 고위층은 비리와 투기로 더 잘살게 되었다는 데 울분이 들었습니다."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이 정치·사회적 사안과 관련해 '만성적 울분' 상태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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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보건대학원 설문결과
2020년 47%.. 1년새 10.9%P 올라
'정치 부도덕' 요인 3년새 5→1위
코로나 관련한 울분 요인에선
"방역위반 처벌 미흡할 때" 최다
연구팀 "정의·공정성 높일 필요"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터지면서 우울함과 박탈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지난해부터 자영업자들의 삶은 너무 어려워졌는데 사회 고위층은 비리와 투기로 더 잘살게 되었다는 데 울분이 들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작은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유세(29)씨는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심한 울분을 느낀다면서 “사회는 어려운데 이달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정치인들 중 어느 쪽도 낫지 않다고 느껴져 그 점도 우울했다”고 토로했다.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이 정치·사회적 사안과 관련해 ‘만성적 울분’ 상태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21일 발표한 ‘2021년 한국 사회의 울분 조사’ 설문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58.2%는 지속적인 울분 혹은 심한 수준의 울분을 겪는 ‘만성적 울분’ 상태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47.3%였던 지난해와 비교해 10.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연구팀은 조사기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월24∼26일 전국 성인 1478명을 대상으로 ‘울분 점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울분 점수는 ‘전혀 울분을 느끼지 않았다’는 응답을 1점, ‘매우 울분을 느꼈다’는 응답을 4점으로 매겨 산출한 평균 점수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울분을 느끼게 하는 요인 중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가 2018년에는 5위였지만 올해는 1위로 급부상했다는 점이다. ‘직장·학교 내 괴롭힘과 차별’은 2018년 1위에서 올해 5위로 하락했다. 사회·정치적 사안 16가지 중 울분 점수가 가장 높게 나타난 항목은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남성 3.57점·여성 3.51점)’였고 ‘정부(입법·행정·사법)의 비리나 잘못 은폐(남성 3.53점·여성 3.47점)’, ‘언론의 침묵·왜곡·편파 보도(남성 3.51·여성3.47점)’가 그 뒤를 이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울분 점수는 평균 3.22점으로 나타났다. ‘방역을 방해한 개인이나 집단이 법망을 피하거나 미흡한 처벌을 받을 때’, ‘사회지도층이 거리두기 원칙을 위배할 때’, ‘정치권이 코로나19 정쟁화를 할 때’ 등 코로나19와 관련해 연구진이 제시한 10가지 상황 모두와 관련해 울분을 느낀다고 답한 이는 전체의 41.7%였다. 이 중 가장 높은 울분 점수를 차지한 상황은 ‘방역을 방해한 개인이나 집단이 법망을 피하거나 미흡한 처벌을 받을 때(3.47점)’였다.

유 교수는 “2018년부터 계속된 조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성적인 울분 상태에 놓인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경고를 실증적으로 확인했다”며 “올해 크게 높아진 정치·사회적 울분 사안은 앞으로 사회적 울분을 줄이기 위해 어느 측면에서 정의와 공정성을 높여야 할지를 엿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울분의 부정적 건강 영향이 계속 확인되는 만큼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위한 긍정, 인정, 공정의 역량을 키워 울분을 줄이고 예방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지원·조희연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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