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빠졌던 포항 살려낸 '화수분 축구'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2021. 4. 21. 20: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경향]

포항 스틸러스 고영준 | 프로축구연맹


포항 스틸러스는 어느 때보다 힘겨운 봄을 보냈다. 주축 선수들이 이적과 입대로 한꺼번에 떠난 빈 자리가 도드라지면서 성적도 추락했다.

그래도 해답은 있었다. 포항이 자랑하는 ‘화수분’ 축구였다.

포항은 지난 20일 수원FC를 상대로 송민규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개막 2연승을 질주하다 6경기 무승(2무4패)의 늪에 빠졌던 포항은 다시 3연승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숨도 못 쉴 정도로 힘겨운 시기를 이겨냈다”고 활짝 웃었다.

포항이 다시 승리에 시동을 걸 수 있었던 것은 빈 자리를 메워주는 젊은 피의 등장이 큰 힘이 됐다. 포항은 올해 프로축구연맹에 등록한 선수단 40명 가운데 산하 유스팀에서 자라난 선수가 절반이 넘는 21명에 달한다. 이들은 포항이 추구하는 축구 철학에 어릴 때부터 익숙해진 선수들이라 프로 무대에 적응하는 시기도 빠르다.

수원FC전에서 송민규의 결승골을 도운 윙어 고영준(20)은 포항제철초와 제철중, 제철고를 순서대로 밟으며 2년차인 올해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뽐내고 있다. 고영준이 아직 수비에 부족함이 많지만 교체 카드로는 이미 한 자리를 꿰찼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승모(23)와 수비형 미드필더 이수빈(21)도 중원의 뼈대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이승모는 외국인 공격수인 타쉬가 K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최전방을 오가는 제로톱 전술까지 도맡을 정도로 신뢰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포항이 외부 수혈에 인색한 것은 아니다. 남들이 이제 힘들다고 여길 정도로 긴 슬럼프를 겪고 있던 임상협(33)이 오른쪽 날개로 합류해 승점 사냥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전북과 서울이라는 만만치 않은 강호를 상대로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면서 부활에 성공했다. 지난해 K리그1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송민규(22)도 엄밀하게 따지면 외부에서 데려온 선수다.

포항이 직접 키워낸 선수들과 외부 영입 선수의 조화가 이뤄지면서 앞으로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다. 타쉬와 크베시치, 그랜트 등 외국인 선수들까지 녹아든다면 남은 27경기에서 ‘2강’ 전북과 울산을 견제하는 ‘다크호스’ 노릇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아직 경기력에선 부족함이 많다”면서도 “가장 힘겨운 시기에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어느 정도 결과는 냈다. 조금 더 버티면 팬들의 기대치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