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소송 엇갈린 결론 이유는.. 주권면제·한일 위안부 합의 정반대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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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2차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한 1심 법원은 앞선 1차 소송(원고승소 판결)과 비교할 때 최종 결론은 물론, 각 쟁점별 판단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최대 쟁점이었던 '국가(주권)면제 원칙'(한 국가의 법원이 타국에 대해 국내법을 적용해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의 해석이 180도 엇갈린 데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평가 △법원 판결이 한일 외교관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도 확연히 다른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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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습법 변화 중" 1차 재판부 판단도 배척
한일 외교관계에 미칠 영향도 달리 고려한 듯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2차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한 1심 법원은 앞선 1차 소송(원고승소 판결)과 비교할 때 최종 결론은 물론, 각 쟁점별 판단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최대 쟁점이었던 ‘국가(주권)면제 원칙’(한 국가의 법원이 타국에 대해 국내법을 적용해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의 해석이 180도 엇갈린 데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평가 △법원 판결이 한일 외교관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도 확연히 다른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2차소송 재판부 "주권행사는 윤리적 당위와 달라"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번 2차 소송 재판부가 국제관습법을 훨씬 더 보수적으로 해석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21일 1심 선고공판에서 “외국인 피고(일본)을 상대로 주권적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건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의 위안부 강제동원은 ‘주권적 행위’이므로, 주권면제를 인정해야 한다는 기존의 국제관습법을 재확인한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주권적 행위란 권력적ㆍ공법적 행위로서 비(非)권력적ㆍ사법(私法)적 행위에 상대되는 개념”이라며 “주권 행사는 법적ㆍ윤리적 당위를 전제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올해 1월 1차 소송 재판부가 “반(反)인도적 범죄행위에 대해선 주권면제의 예외가 인정된다”면서 했던 규범적 판단에는 선을 그은 셈이다.
국제관습법 변화 흐름 인식도 상이
1ㆍ2차 소송 재판부의 이 같은 인식 차이에는 국제관습법 변화 흐름에 대한 상이한 해석이 깔려 있다. 2차 소송 재판부는 지난 2012년 2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노역을 당한 이탈리아인 루이키 페리니씨의 독일 정부 상대 손배소 사건에서 “독일의 주권면제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사실에 무게를 뒀다. 이탈리아 법원은 “강행규범(국제공동체가 승인하는 일탈이 허용되지 않는 규범)을 위반하는 국제범죄는 주권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당시 ICJ 재판관 15명 중 절대다수인 12명이 이를 배척했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따라서 “ICJ도 ‘강행규범 위반 행위엔 주권면제가 부정된다는 일반적 관행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며, 외려 대다수 국가 법원은 주권면제를 인정하고 있다”는 게 2차 소송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보다 앞서 “주권면제 이론은 개인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계속 수정되고 있다”고 했던 1차 소송 재판부 해석과 충돌하는 지점이다.
"한일 합의로 피해 구제" vs "청구권 살아있어"
한일 위안부 합의가 소송을 대신해 피해 할머니들의 피해를 구제하는 효력을 갖는지에 대해서도 1ㆍ2차 소송 재판부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2차 소송 재판부는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당수가 한일 합의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현금 지원을 받았고, 이를 통해 대체적인 권리구제수단이 마련됐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차 소송 재판부는 “양국 합의는 피해자들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 행사 여부를 한국 정부에 위탁한 바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다”며 “별도 위임 없이 개인의 권리를 국가가 처분할 수 없다”고 판단했었다.
‘외교적 파장’에 대한 고려도 상이했다. 2차 소송 재판부는 주권면제를 부정할 경우 한일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 뒤, “주권면제를 인정하는 건 양국 사이에 이뤄진 외교적 합의 효력을 존중하고, 추가적인 외교적 교섭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익이나 외교 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 없이 원고승소 판결했던 1차 소송 재판부와 비교하면 ‘정무적 판단’을 했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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