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쿠데타 배경은?

류성호 2021. 4. 2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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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광주]
미얀마는 인도와 인도차이나 반도 사이에 있는 나랍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벵골만을 거쳐 인도양으로 나갈 수 있어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긴장 관계인 중국이 영향력 아래 두고 싶어하는 곳입니다.

중국이 UN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국제 사회가 행동 없이 말만 해대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땅은 남한의 예닐곱 배, 인구는 5천 4백만 명으로 우리보다 조금 더 많습니다.

미얀마 연방은 160개가 넘는 다민족 국가로 이중 버마족이 인구의 약 70%를 차지합니다.

이 점이 미얀마 비극의 한 씨앗이기도 합니다.

비극을 거슬러 올라가보겠습니다.

미얀마는 19세기 말 영국의 식민지였습니다.

2차 대전 때 일본이 미얀마를 침공하는데, 이 과정에서 버마족은 일본 편에, 나머지 소수 민족은 영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 편에 섭니다.

독립을 한 뒤, 버마족 입장에서는 소수 민족의 저항을 누르고 버마족 중심의 연방 국가를 유지하기 강력한 군대가 필요했고, 군부가 힘을 키웠던 배경이 됩니다.

1948년엔 결국 독립을 합니다.

이름은 '버마 연방'이었습니다.

의회 민주주의를 도입했지만 1962년에 쿠데타로 군사 정권이 들어섭니다.

그리고, 1988년까지 26년간 철권통치가 이어졌습니다.

1988년 8월에 민주화 시위로 군사 정권이 무너졌지만, 약 한 달 만에 또다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습니다.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한국 상황과 매우 닮았습니다.

이른바 '8888항쟁'으로 불리는 이때 확인된 사망자만 3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2년 뒤 1990년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를 위한 민족동맹(NLD)이 전체 의석의 82%를 차지했지만 군사 정부는 이를 무효로 돌리고 집권을 이어갑니다.

신군부는 2007년엔 군 통수권을 대통령이 아닌 군 총사령관에게 부여하고, 연방의회 의석의 25%를 군부에 배당하는 내용의 신헌법을 만들어 공표합니다.

국제 사회의 압박 등으로 2015년 의원 총선거가 치러졌고, NLD는 상하원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해 집권에 성공합니다.

53년 만의 군부 종식입니다.

[아웅 산 수 치/NLD 지도자/2015년 11월 : "군부든 어떤 누구든 대화와 협력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이는 하룻밤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 NLD는 5년 전 선거보다 6석을 늘려 또 압승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민주화 앞에서 시계는 거꾸로 돌았습니다.

줄곧 부정선거를 주장해온 군부는 지난 2월 1일 새벽, 군사 쿠데타로 수치 여사 등 정치인들을 구금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습니다.

미얀마 헌법은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군 총사령관이 자동으로 대통령 권력을 이양받도록 돼 있습니다.

군 총사령관은 민 아웅 흘라잉 장군입니다.

[민 아웅 흘라잉/미얀마 군 최고사령관/지난 2월 9일 : "비상사태가 끝나면 우리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를 것이고, 2008년에 제정된 헌법에 따라 승자에게 권력을 넘길 것입니다."]

미얀마에서 헌법을 바꾸려면 의원 정족수의 75% 찬성이 필요한데, 25%를 군부가 차지하고 있어 군부가 동의하지 않는 한 헌법을 바꿀 수 없습니다.

결국 미얀마 민주화 운동은 군부와의 끝장 대결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복잡한 건, 민족 간의 얽히고설킨 이해입니다.

내전으로 갈 가능성도 큽니다.

쿠데타 이후 80여 일….

사망자만 7백 명을 넘긴 가운데, 미얀마인들은 기나긴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류성호 기자 (menba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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