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중국은 남지나해에 말뚝을 박을 수 있을까

이규화 2021. 4. 2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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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사일 구축함 함장이 난간에 다리를 꼬고 앉아 중국 랴오닝함을 지켜보는 사진이 중국 공산당원들을 화나게 한 것 같다.

특히 남지나해는 중국이 국제법상 근거도 없이 영해를 주장해 미국 및 동남아 각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저자는 중국이 20세기 초 미국이 카리브해에 대한 지배권을 장악할 때 썼던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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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대전 로버트 카플란 지음/최난경 옮김/글항아리 펴냄

미국 미사일 구축함 함장이 난간에 다리를 꼬고 앉아 중국 랴오닝함을 지켜보는 사진이 중국 공산당원들을 화나게 한 것 같다. 미 해군은 지난 11일 필리핀해에서 찍은 이 사진을 의도적으로 공개했다. 그러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는 '미국과 대만의 여론전은 중국에 통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과 대만을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사진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 동맹국에 미군의 존재를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이 구역은 미군이 통제하고 있고 누구도 우리에게 대응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이 사진에 담겼다고 풀이했다.

사진 해프닝은 중국 근해와 동지나해, 남지나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세력 다툼의 단면을 보여준다. 특히 남지나해는 중국이 국제법상 근거도 없이 영해를 주장해 미국 및 동남아 각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책은 일촉즉발의 남지나해 지정학을 다룬다. 저자 로버트 카플란은 지정학 분석가로 특히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패권 확장에 대해 관심을 갖고 관련 책을 써오고 있다. '지리대전'은 이 지역 정치인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에 역사적 내력, 저자의 시각을 바탕으로 씌어졌다.

안타깝게도 국제관계를 조율하는 형식은 '외교'지만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메카니즘은 이익이다. 도덕적 이상주의가 아닌 탈도덕적 현실주의가 승리하는 곳이다. 책은 우선 남지나해 쟁탈전의 역사와 전반적인 상황을 설명한 뒤 이 바다를 둘러싼 각국의 입장에서 어떻게 갈등이 받아들여지고 있고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점친다.

남지나해에서 패권 경쟁이 뜨거운 이유는 이곳이 말라카를 비롯해 순다, 롬복, 마카사르 해협으로 연결돼 유라시아 해상항로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해상 교통의 3분의 1이 남지나해를 통과한다. 한국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3분의2, 일본과 타이완의 60%, 중국 원유수입의 80%가 이곳을 통과한다.

반중정서가 강한 베트남은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해군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지역의 맏형 격인 인도네시아 역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며 '제2인도'로 부상한다는 야심을 키우고 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필리핀도 자신들의 영토주권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다. 이에 맞서 중국 역시 해남도에서 혓바닥을 길게 내뻗은 모양을 한 남지나해를 자신의 '식도'(食道)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이 지역에서 최강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고, 미 해군은 질서 유지자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그 시험무대가 중국이 군사시설물을 건설하고 있는 스프래틀리 군도다. 저자는 중국이 20세기 초 미국이 카리브해에 대한 지배권을 장악할 때 썼던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인근 국가들의 성장에다 미국이 이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이 카리브해에서 거뒀던 성공을 중국이 이 지역에서 거둘지는 회의적이라고 분석한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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