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기념재단, 광주비엔날레 '친일 인사 단죄' 그림 전시 중단 요구로 논란..재단 측 "계속 전시"

배문규 기자 2021. 4. 2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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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이상호의 ‘일제를 빛낸 사람들’(417㎝×245㎝)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된 일제강점기 친일 인사들을 풍자한 그림에 대해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측이 전시 중단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측은 작품 전시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1일 광주비엔날레재단에 따르면 최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측이 이번 행사에 전시된 이상호의 ‘일제를 빛낸 사람들’ 전시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 증명을 발송했다. 해당 우편물은 행사 후원사 측에도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호의 ‘일제를 빛낸 사람들’은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수록 인물 92명을 선정해 수갑을 채우고 포승에 묶어 단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노덕술·방응모·김성수·김기창·김은호·최남선·이광수·서정주·안익태·김활란 등이 포함됐다.

박정희기념재단 측은 “이상호 화가의 작품이 박정희 대통령과 대한민국 산업화의 주역들을 왜곡·폄훼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광주비엔날레 측은 “작품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다양할 수 밖에 없다”면서 “애초에 예술감독이 권한을 가지고 전시를 꾸린 것이라 재단에서 개입을 하면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작품은 행사가 종료될 때까지 전시된다”고 덧붙였다.

예술인들은 성명서를 통해 “친일 단죄 작품은 역사의 모순을 바로잡기 위한 예술적 활동”이라면서 “중단 요구를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정희 기념재단에서 세계적인 미술축제인 광주비엔날레 재단과 작가에게 전시중단 압력을 행사하고 후원사에게 협박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면서 “역사학적으로나 법적으로 검증된 친일의 역사를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을 철거하라고 협박하는 것과 소녀상 건립에 대해 협박하는 일본 정부의 입장이 무엇이 다르냐”고 주장했다. 성명서에는 이날 오전까지 260명이 연명했다.

제13회 광주비엔날레는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이라는 주제로 5월9일까지 열린다. 공동 예술감독 데프네 아야스와 나타샤 진발라가 기획했다. 지난해 9월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지난 1일 개막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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