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중국, 일단 일본부터 제압한다

박영서 2021. 4. 2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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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논설위원

워싱턴 현지시각으로 지난 16일 발표된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이 명기되었다. 미일 정상의 공동문서에서 대만을 언급한 것은 52년 만의 일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1964년 8월 통킹만 사건을 기점으로 베트남 전쟁이 본격화됐다. 같은 해 10월 천재 과학자 첸쉐썬(錢學森) 주도로 중국이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했다. 세계 5번째였다. 실험 장소는 칭하이(靑海)호 동쪽에 위치한 진인탄(金銀灘)이었다. 3년 후 중국은 이 곳에서 수소폭탄 실험에도 성공했다. 미국은 기존 안보구조 재편에 나섰다. 1969년 11월 당시 양국 정상이던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일본 총리는 오키나와 반환을 담은 미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유사시 오키나와에 핵 반입을 용인하는 밀약도 맺었다. 그 공동성명에 대만이 명기됐었다. '대만의 평화와 안전 유지도 일본의 안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이른바 '대만 조항'으로 불리는 문구다.

이는 중일 수교(1972년) 및 미중 수교(1979년) 전의 일이었다. 그런데 52년이 지난 후 다시 미중 공동성명에서 대만에 대한 언급이 나온 것이다. 중국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대만 문제는 주권 문제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신중국 건국 이래 양안(兩岸) 통일은 공산당 정권의 비원(悲願)이자 역대 지도자들의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시진핑((習近平) 주석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대만과 마주보는 푸젠(福建)성과 저장(浙江)성에서 정치 경력을 쌓은 시 주석에게 통일은 중요한 화두다. 시 주석은 지난 2015년 당시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과 분단 이후 첫 정상회담을 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인했다. 이듬해 총통 선거에서 반중 성향의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당선된 뒤에도 포괄적인 대만 정책을 내세워 '일국양제' 도입을 공식 제안했다. 대만에 대한 무력적 압력을 강화하는 지금도 이 방침은 변하지 않고 있다.

그런 만큼 시진핑 정권에 있어 일본까지 대만 정세에 관여한 것은 굉장히 무거운 주제다. 지금까지 양안 문제에 깊이 관여해 오지 않았던 일본의 변화에 당연히 엄청난 불만을 가지게 됐다. 일본의 중국침략사와 대만 식민의 역사를 감안할 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이번 '선택'은 틀림없이 미래의 중일관계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중국은 보복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홍콩 밍바오(明報)는 중국이 먼저 일본을 제압한 후 미국을 막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분석했다. '위점타원'(圍點打援) 전술이다. 한 곳(성)을 포위한 후 지원하러 오는 병력을 친다는 뜻이다. 성은 미국이고 지원군은 일본이다. 큰 형(미국)보다는 어린 동생(일본)을 공격하는 것이 확실히 효과적일 것이다.

자칫하다 자기 발등을 찍게 될 것이란 우려감은 일본 국내에서도 커지고 있다. 일본의 주요 매체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중일간 대립 수위를 크게 높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대만에 모종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일본이 미군의 후방 지원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이나 일본인 납치 문제도 중국의 영향력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중 관계는 역사적인 전환점에 서있고 그 최전선에 이제 일본이 놓이게 됐다. 일본은 미국과 손잡고 국제적인 대중 포위망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게 될 운명이 됐다. 이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충돌을 피하고 지역안정을 유지하는 균형적 외교전략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다음달 하순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우리 국익의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충분한 사전 준비와 내부 조율이 필요하다. 미국의 억지력을 살리면서 한중 대화를 진행시켜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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