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판결' 논란 증폭..이용수 "황당" 민변 "규탄"

2021. 4. 2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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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 / 사진 = 매일경제

국내 법원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오늘(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는 고(故) 곽예남, 김복동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내리는 결정으로 결과만 놓고 보면 원고 패소와 같습니다.

재판부의 판단 근거는 ‘국가면제’입니다. 주권을 가진 국가는 다른 나라의 재판 관활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을 말하는데, 일본 정부에 대해 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은 국가면제 범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않았고 '국제관습법'에 따라 국가면제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 행사로 볼 수 있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의해 피해자들에 대한 대체적인 권리 구제 수단이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 회복 등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은 외교적 교섭을 포함한 노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용수 "위안부 피해자 두 번 죽이는 판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는 “너무 황당하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재판부의 판결 요지 낭독이 끝나기 전 자리에서 일어난 이 할머니는 법정 밖에서 취재진을 만나 "결과가 좋게 나오든 나쁘게 나오든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자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사법재판소로 갑니다. 꼭 갑니다"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후 눈물을 흘리면서 "저는 피해자들 똑같이 위해서 하는 것이지 저만 하는 게 아니다. 그것만은 여러분이 알아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는 보도자료에서 이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판결"이라며 분노했다고 전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민변은 논평에서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 회복을 외면하고 국제인권의 흐름에 역행하는 법원의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어 "법원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갖는 권리, 즉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회복이라는 점과 실효적 권리보장을 위한 국제인권조약에 대해 세심하고 진지한 고민 없이 오로지 '국익'의 관점에서 판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책임을 입법부와 행정부에 떠넘기고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사법부의 책임을 방기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원이 과거 헌법재판소 결정과 달리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권리구제 수단으로 인정한 것은 피해자들의 의사를 왜곡한 것"이라며 "국제법 준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도 실효적 권리보장을 규정한 국제인권조약 준수 의무를 심리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또 "이번 판결은 인도에 반하는 범죄에 대해서도 국가는 무조건 면책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며 항소 절차를 예고했습니다.


일본 "일본 입장 근거했다면 적절"

일본 정부는 "'주권면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에 근거한 것이라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판결 이후 이뤄진 정례 기자회견에서 "판결 내용을 입수해 정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개별적인 논평은 삼가겠다"면서도 이 같이 답했습니다. 사실상 국내 법원 판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향후 한일관계 영향에 대한 질문에도 "예단해서 답변하는 것은 삼가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뜨뜻미지근한 정부 반응…기존 입장 반복


여성가족부는 "판결과 관계없이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회복 등 피해자 지원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판결 이후 내놓은 서면 입장문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피해자의 증언과 국제기구 조사 등을 통해 입증된 전시 성폭력 문제"라면서 "이런 인권 침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역사 왜곡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국제적 공감대 확산을 위한 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존 입장에서 큰 변화가 없는 원론적인 답변을 반복한 것입니다.

외교부 역시 "판결 관련 상세 내용을 파악 중인바, 구체 언급은 자제코자 한다"면서 "다만 정부는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전시 여성의 인권유린이자 보편적 인권 침해의 문제"라며 "일본 정부가 1993년 고노담화 및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등에서 스스로 표명했던 책임통감과 사죄, 반성의 정신에 부합하는 행보를 보일 것을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윤미향도 판결 비판…"국제사회 흐름 역행"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번 판결을 비판했습니다.

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시효와 주권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국제사회의 흐름과도 역행하는 이번 판결은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는 2015한일 합의로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피해자 중심 접근을 벗어난 합의는 무효라고 이미 우리 정부가 발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판결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의 종지부를 찍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이 이뤄질 때까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했습니다.

윤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출신으로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이사장 활동 당시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 신동규 디지털뉴스부 기자 / easternk@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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