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 편견과 예단에서 벗어나야 / 진진화

한겨레 2021. 4. 21. 18: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파견근무를 나왔던 병사가 부대 축구 골대에 매달렸다가 사망한 사건이 애초 알려진 것처럼 병사 개인의 과실이 아니라 파견병력 관리에 소홀했던 부대에서 자체 제작한 축구 골대의 결함이 직접적 원인이 되어 발생한 인재였음이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의 재조사를 통해 11년 만에 밝혀졌다고 한다.

관련 소식을 접하면서, 군 사망사고 조사를 통해 진정으로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군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편견과 예단에서 벗어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느끼게 되었고, 오랜 기간 군 생활을 하며 다양한 사건·사고를 경험했던 필자로서는 군 사망사고 처리와 관련한 보훈 행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회의 모습. 출처 진상규명위 누리집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파견근무를 나왔던 병사가 부대 축구 골대에 매달렸다가 사망한 사건이 애초 알려진 것처럼 병사 개인의 과실이 아니라 파견병력 관리에 소홀했던 부대에서 자체 제작한 축구 골대의 결함이 직접적 원인이 되어 발생한 인재였음이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의 재조사를 통해 11년 만에 밝혀졌다고 한다.

관련 소식을 접하면서, 군 사망사고 조사를 통해 진정으로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군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편견과 예단에서 벗어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느끼게 되었고, 오랜 기간 군 생활을 하며 다양한 사건·사고를 경험했던 필자로서는 군 사망사고 처리와 관련한 보훈 행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선 의무복무 중의 사망 사유가 직무 수행이나 교육 훈련과 무관한 경우는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사망의 원인을 개인 탓으로 돌리지 말고, 국가가 더 적극적이고 포괄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의무복무를 하는 징병제 국가의 기본자세라고 생각된다.

특히 사망 사건 이후부터 진상규명위에 진정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유가족이 겪었을 고통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군복을 입고 군대에서 숨진 사건에 대해서는 진상규명위 활동 단계는 물론이고 사건 발생 초기 군당국의 대응 단계부터 국가가 엄중하게 책임지고 그 명예를 회복시켜줄 수 있도록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자세가 절실하다.

또 진상규명위 조사 결과를 국방부가 수용해 어렵게 ‘순직 결정’을 받아내더라도 까다로운 국가보훈처의 국가유공자 등록 심사를 거쳐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관계기관 협조체계 구축과 군 사건·사고 관련 기록물 관리 강화 등 유족 측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다각적인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요구는 가능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보더라도, 접근이 어려운 사건 관련 서류를 당사자가 모두 확보하여 당시 사실관계 등을 증명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는 당사자와 유족에게 또 한번의 고통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최근 관련 법률 개정으로 진상규명위 활동 기간이 2023년 9월13일까지 연장되고, 전투경찰 또는 경비교도대 복무 시절 의문사한 장병들까지 조사 대상 범위가 확대된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보훈 대상자들은 국가를 위한 희생과 공헌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고려할 때 존경과 예우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아픔을 많이 간직한 분들로서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도록 배려해야 하는 사회적 약자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군 사망사고 유가족들 역시 제대로 된 조사와 예우도 받지 못한 채 오랜 기간 국가로부터 외면받으며 고통 속에 살아왔다는 점에서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며, 그동안 군·보훈 행정업무 담당자들이 국가를 위해 특별한 희생을 감수한 분들을 대함에 있어 개인의 권리구제보다는 전체 법질서의 안정과 오랜 관행을 우선시하며 무의식적 차별을 행하고 소수자 배려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너무나도 익숙하게 관련 규정과 오랜 관행에만 집착하는 융통성 없는 행정이 아니라, 한 사람의 억울함이라도 풀어줄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적극 행정, 따뜻한 행정을 통해 사건 당사자와 가족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국가기관의 신뢰를 드높이는 일이야말로 ‘뉴노멀 시대의 보훈 행정’이 지향해야 할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진진화ㅣ예비역 육군 대령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