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 끝나자마자 '이·박 사면론' 꺼낸 국민의힘

한겨레 2021. 4. 2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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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2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많은 데는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책임도 크다.

국민의힘이 진심으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원한다면 재보선 민심을 호도하며 섣부른 공론화를 시도할 게 아니라,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 더 철저하게 뉘우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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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2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했다. 지난 1월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을 꺼냈다가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고 이를 접은 이후 달라진 사정이 없는데도 사면론을 다시 꺼낸 것은 부적절하다. 혹시 4·7 재보궐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공론화하려는 의도라면 잘못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전직 대통령 두명이 감옥에 있는 상황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박 시장도 이날 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하면서 “큰 통합”을 얘기했다. 그러나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이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려면 진정한 반성과 진솔한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과 법적 판단이 내려진 문제에 대해 여전히 사과는커녕 잘못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마당에 사면을 한다면 국민 통합이 아니라 국론 분열과 갈등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이 두 시장의 사면 건의에 대해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사면이)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도록 작용돼야 한다. 이 두가지를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본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많은 데는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책임도 크다. 서병수 의원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저를 포함해 많은 국민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 과연 탄핵될 만큼 위법한 짓을 저질렀나”라고 주장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말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다.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고 사과한 걸 부정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당을 떠났다고 이래도 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같은 당 김재섭 비대위원은 “국민의힘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사과를 구한 지 이제 고작 5개월이 지났다. 이러니 젊은 세대가 우리 당을 두고 학습능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개탄했다. 핵심을 짚은 지적이라고 본다.

국민의힘이 진심으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원한다면 재보선 민심을 호도하며 섣부른 공론화를 시도할 게 아니라,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 더 철저하게 뉘우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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