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3만弗 생활수준 맞추려면..서울전역 용적률 2배 올릴 필요"

김선걸,정석환 2021. 4. 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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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
50년 큰그림 그려라
서울, 공급할만한 빈 땅 없어
반세기전 모습 그대로인 곳들
첨단고밀 개발로 탈바꿈해야
吳시장 첫 사업도 뉴타운으로
그래야 늘어난 주택수요 감당
공급, 정부 혼자선 못해
국민소득 3만달러 넘어서면
민간이 맡아야할 영역 늘어
구체적일수록 좋은 공급대책
국민들 내집마련 꿈 갖게해야
보유·양도세도 정상화 절실

◆ 매경 인터뷰 ◆

■ 대담 = 김선걸 부동산부장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이 매일경제와 취임 1주년 인터뷰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2040 서울플랜'에 서울 모든 건물의 용적률을 두 배 상향하는 내용을 담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취임 1주년 인터뷰에서 며칠 전 닻을 올린 '오세훈호'에 용적률 상향을 주문했다. 김 회장은 "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한 뒤 할 수 있는 일부터 빨리 해야 한다"며 "시장으로서 해야 할 기본적인 일을 제쳐 두고 이슈 되는 것만 쫓아다니면 행정가가 아닌 정치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김 회장은 '구체성'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김 회장은 "2040 서울플랜에는 추상적 비전이 아닌 구체적 비전이 담겨야 한다"며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동시에 미래의 서울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령 '행복한 서울'이라고 하면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며 "허황된 꿈이라도 좋으니 20년 뒤 서울 모습을 시민들에게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세훈 시장이 취임했다.

▷임기가 짧아도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2000년대 초반이 지나면서 세계는 '도시 시대'가 바뀌고 도시 간 경쟁이 중심이 됐다. 이제는 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다. 많은 석학이 다양한 도시 경쟁력을 분석하고 도시 발전 모델을 만들고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기를 바란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도시 발전이라는 큰 틀 속에서 시장 변화를 읽고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 제대로 된 방향 설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단기 정책이 난무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을 없애는 또 다른 대책이 반복될 뿐이다. 굳이 지도를 펼쳐보지 않아도 서울에는 신규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빈 땅이 없다. 이제는 낡은 공간을 새로운 공간으로 재생시켜야 한다. 40~50년이 지난 낡은 공간을 첨단 복합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무슨 방법이 있을까.

▷용적률 등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부분에 대한 기준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을 검토해볼 만하다. 서울은 한정된 면적에 모든 공간 수요를 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도시 건물의 수명을 50년으로 본다. 50년이 지나면 허물고 새로 짓는다. 50년 동안 사용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용적률 등을 지금의 두 배로 해줘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용적률은 민감한 부분이다.

▷서울 인구밀도는 ㎢당 1만6000여 명이다. 미국 텍사스주에 이 정도 밀도로 사람을 살게 하면 세계 인구보다 많은 110억명이 몰린다. 그만큼 우리 인구밀도와 이에 따른 공간 수요가 높다는 것이다. 50년 동안 필요한 공간을 허물면서 새로 짓는 것이기 때문에 용적률을 20~30% 정도 올리는 수준으로는 토지 부족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강북 지역 재건축과 뉴타운 재지정을 꼽을 수 있다. 절차대로 하면 되는데 그동안 다른 이유로 지연돼 왔다. '이제 와서 무슨 뉴타운이냐' 하겠지만 뉴타운 해제 신청이 몰렸던 2011년과 지금은 다르다. 그때는 주택시장 사이클이 꺾였던 시기지만 지금은 활황기다. 다만 뉴타운 해제 지역에 신축 건물이 들어선 것이 변수다. 이제 다시 진행하려면 노후도 기준에 맞지 않으니 이를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시작하면 시장은 결국 심리로 움직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동의할 것이다.

―주목할 지역은.

▷여의도, 성수, 잠실 지역이다. 특히 성수 지역은 확 바뀌어야 한다. 성수는 현재 준공업지역이고 용적률이 낮다. 상업지역으로 바꿨을 때 효율성이 확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다만 이 지역은 입지는 좋지만 인프라스트럭처에 한계가 있다. 열악한 인프라 보완은 공공이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은 용적률을 600%까지 올려도 사업자가 다 부담해야 한다. 이럴 경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공공이 나서기 위해 서울시장이 가진 인허가권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다.

―공공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데.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만이 공공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공공성을 담보한 개발'도 공공의 역할이 될 수 있다. 임대주택이 아니라 민간의 수익 일부를 지역 발전을 위해 사용하는 방식과 같은 공공성을 담보한 개발을 검토해야 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시대에 다양해지는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공공과 민간의 차이는.

▷민간은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기업 활동을 한다. 건설업계 역시 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적응해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한다. 반면 공공은 이런 경쟁 환경에 상대적으로 덜 노출된다. 정책을 만들고 적용할 수 있지만 경쟁을 통한 자정 기능이 부족하다. 공공의 시행착오는 민간의 실패보다 부담이 크기에 공공의 기능은 한정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민간과 공공이 머리를 맞대고 각자가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 고민해야 한다.

―현 정부가 고수하는 부동산 정책을 평가한다면.

▷여전히 시장과 맞지 않아 바꿀 부분이 많다. 마지막으로 나온 게 공급 정책인데 공공 주도를 강조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지만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 부분은 맞는다고 본다. 시장과 소통해서 현장에서 빠르게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주택 공급정책이 나왔다고는 해도 아파트가 준공될 때까지는 가격 안정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희망을 갖고 참을지, 아니면 희망 없이 매일매일 분통만 터트릴지는 국민에게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구체성을 갖고 국민이 희망 속에서 미래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 인선이 진행 중이다.

▷현재 주택 문제는 질 좋은 주택 공급 부족과 현 정부의 각종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된 결과다.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민간의 공급 역량을 적극 활용하는 추가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동시에 '징벌적 과세'가 돼버린 보유세, 양도세, 취득세 등 거래세를 정상 수준으로 조정해 주택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주택 대출은 장기 대출이기에 과잉 유동성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신임 장관이 이 같은 부분을 잘 해결해주기를 기대한다.

스타트업·대학생위해 공간 일부 기부하는 신개념 사회환원 고민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승배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다양한 공간 상품 공급, 사회 환원 등을 구상하고 있다. 김 회장은 "주거시설과 숙박시설 구분 자체가 필요 없는 시대"라며 "수요에 맞는 보다 많은 공간 상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형 숙박시설에 관심이 높다.

▷흔히 주택이라고 부르는 아파트 외에 '준주택'으로 불리는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 기숙사 등 수요가 존재한다.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으니 주거 기능을 하는 준주택 공급이 활성화돼야 한다. 주택시장 문제 해결을 위해 규제로 다른 목적의 공간 상품이 시장에 나올 수 없게 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해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기존 주택 개념과 용도기준을 적용하기보다 실제 공간이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연구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부동산산업은 크게 건설, 주택 개발, 비주택 개발로 구분할 수 있다. 건설과 주택은 각각 건설산업연구원, 주택산업연구원에서 주도적으로 연구를 진행하지만 비주택 개발 분야를 대표하는 연구기관은 아직 없다. 기존 연구기관과 협력 속에서 비주택 개발업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30~40년을 봤을 때 적절한 용적률은 어느 수준인가' 등 연구를 통해 서울의 공간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사회환원활동에 나선다고 했는데.

▷'공간 기부'라는 새로운 방식의 장학재단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오피스텔 몇 평, 상가 몇 평과 같은 공간을 기부하는 것이다. 기부된 공간은 스타트업에 제공되거나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로 활용될 수 있다. 아니면 임대수익으로 장학금을 지원할 수도 있다. 부동산개발협회만의 방식으로 공공에 기여하고자 한다.

―향후 전망은.

▷부동산개발업이 계속 발전하려면 훌륭하고 젊은 디벨로퍼가 나와야 한다. 건전한 생각을 가진 젊은이가 많아질수록 사업에 대한 인식도 바뀐다. 협회에서도 이들에 대한 교육 지원과 함께 실적 관리를 하고 있다.

▶▶김승배 회장은…

△1962년 경북 의성 출생 △1983년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1983년 대우건설 입사 △2003년 대우건설 주택사업담당 이사 △2004년 피데스개발 대표이사 △2011년 주택건설의 날 대통령 표창 △2012~2016년 서울시 주택정책 자문위원 △2013~2017년 LH 사업전략 자문위원 △2019년 한국부동산분석학회 상임이사 △2019년 도시재생전략포럼 고문 △2020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

[정리 = 정석환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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