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 손해본 박형준 시장 아들 화랑..'그림은 로비창구' 편견에

전지현 2021. 4. 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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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시장 아들이 대표
부산시 지원 아트페어서
전시만 하고 작품 안팔아
작품구입 따른 구설수 차단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조현화랑 부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그림은 정치 로비 창구'로 인식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 사건이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 아들 최재우 대표가 운영하는 부산 조현화랑이 최근 여론에 밀려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에서 전시만 하고 판매를 하지 못했다. 다음달 열리는 아트부산 역시 같은 이유로 부스를 차리지만 판매는 하지 않기로 했다. 부산시가 지원하는 미술품 거래 장터에서 시장 아들이 대표인 화랑이 미술품을 판매하면 수혜를 볼 것이라는 비판 때문이다. 결국 조현화랑은 두 아트페어 부스비 약 3000만원을 고스란히 손해 보게 됐다. 부스를 텅 비워 두면 아트페어 주최사와 참여 갤러리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전시만 하게 된 것이다.

미술품을 사고파는 아트페어에서 전시만 하는 전대미문의 사태는 그림 거래에서 부정부패를 필연으로 보는 시각 때문에 발생했다. 세간에서는 부산시와 관련된 각종 이권 청탁을 위해 시장 아들에게 미술품을 구입할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그동안 권력자 가족을 파고드는 로비가 실제로 많았기에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요즘 미술품을 사는 젊은 세대가 급증했지만, 그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여전히 강하다. 취득세와 보유세가 없어 비자금 은닉과 탈세 도구로 이용된 사례가 실제로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인기 드라마 '빈센조'에서도 갤러리가 대기업의 검은돈을 감추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조현화랑은 그림을 팔면 안 될까. 아버지가 정치인이었을 때는 괜찮았는데, 부산시장이 됐다고 생업 자체를 흔드는 것은 '무분별한 정치 공세'라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유럽에서 화랑을 운영한 미술계 인사는 "유럽에서는 '그림 구입'을 '작가 후원'이라고 보는 반면에 한국에서만 '검은돈의 통로'로 본다"며 "그림에 대한 사회 인식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이은 비난으로 망연자실한 최 대표는 "화랑 운영은 경제적 활동인데 너무 잡음이 많아 아예 비영리 전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0년 설립한 조현화랑은 부산 대표 갤러리다. 박 시장이 재혼한 부인 조현 씨가 설립했고, 2019년 1월 퇴직한 뒤 아들 최 대표가 경영 중이다. 한국 단색화 거장 박서보, 꽃 화가 김종학, 숯 작가 이배 전시 등을 개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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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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