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 걷어 속바지 확인..학교는 여전히 '복장 규제'
#서울 동작구의 A여중에선 단색 머리끈으로만 머리를 묶어야한다. 겉옷 위에 반드시 마이를 입어야하고, 속바지가 사복이라고 판단될시 생활부가 치마를 걷어 검사하는 경우까지 있다. 양말도 단색. 가방도 단색만 들 수 있고 인형을 다는 것도 금지다.
지난달 학생들의 두발·복장을 규제하는 학칙을 삭제하는 학생인권조례안 개정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복장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겉옷 종류부터 속옷 색까지 관련 교칙만 15개에 달하는 학교도 있다. 학생들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서초구의 C여고에 재학 중인 이모양(17)은 지난달 교문 앞에서 치마가 짧다는 이유로 선생님으로부터 제재를 당했다. 치마 길이는 무릎 위 정도였다. 이씨는 "키가 자라고, 살이 조금 쪄서 (치마가) 짧아진 건데 줄였다며 벌점을 받았다"며 "셔츠 위에 조끼를 착용하는데도 검은색 속옷은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양은 "남자선생님이 보기에 좀 그래서 단속한다는 말을 들은 친구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15일부터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가 두발 복장 규제에 관한 제보를 받은 결과 제보는 300건을 넘어섰다. 동작구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남학생은 제보를 통해 "추위를 많이 타 두툼한 옷을 걸치고 갔더니, 여름이라면서 선생님이 옷을 뺐어갔다"고 했다.
지난달 9일 문상길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 관내 여자중학교 44개교 중 9개교, 여자고등학교 85개교 중 22개교에 속옷 관련 규정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해당 학교들엔 화려한 속옷 금지, 무늬 없는 흰색만 착용 등과 같은 학칙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경기, 충남, 전북, 광주 등 전국 6개 시·도 교육청에서도 학생인권조례에 '학생은 복장, 두발 등의 용모에 대해 자기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지만 두발·복장 규제는 계속되고 있다. 전주의 한 여중은 학생이 특별한 이유(트라우마 등)를 학교 측에 증명할 수 있어야만 치마 대신 바지를 허용한다.
지난해 대구의 한 남고에선 학생 4명이 투블럭 금지 등의 두발 규제에 대해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내 획일적인 두발 강요는 인권침해라며 학칙을 개정하라는 권고를 받아내기도 했다.
특성화고에 다니는 학생들은 '단정한 차림을 하지 않으면 학교 이미지가 나빠져 취업률이 떨어진다'는 말까지 듣는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에는 '교복을 입은 채 머리를 풀면 벌점 3점'이라는 교칙이 있다. 2학년 말까지 벌점 20점 이상이면 한 학기동안 취업 추천이 제한된다.
인권단체 및 학생들이 나서고 있지만 교칙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지난주엔 제보를 받은 인권단체가 서울의 한 특성화고를 방문해 두발·복장 규제는 불법이라는 전단지를 배포하다 제재를 당했다. 되려 학교 관계자에게 "어떻게 남의 학교 규정을 세세하게 알고 있냐"는 말도 들었다.
지난 18일 서울시교육청엔 '학생인권 침해하는 용의 규정을 개정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서울 D여고의 재학생이기도 한 청원인은 "용의 규정이 단순히 학생들을 불편하게 해서, 꾸밀 수 없게 해서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규제라고 쓰고 통제라고 읽는 규정들이 학생을 하나의 자주적인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치이즈(활동명) 아수나로 활동가는 "교육청이 꾸준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공문, 권고를 강력하게만 해도 학교는 바뀔 것"이라며 "(조례라며) 강제성이 없다는 건 핑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복장규정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모호하게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접 가보면 훨씬 세세하고 엄격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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