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믿음 보내니 20골로 보답, 유병수는 여전히 살아 있다

김성진 2021. 4. 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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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10여 년 전 K리그에는 ‘월미도 호날두’로 불린 득점왕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 이 득점왕은 태국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최연소 K리그 득점왕이었던 유병수(33)다.

2009년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프로 데뷔한 유병수는 데뷔 시즌에 14골을 넣으며 주목받은 신인 공격수로 등장했다. 22세이던 2010년에는 22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이는 역대 K리그 최연소 득점왕이었다.

인천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국가대표도 발탁됐고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도 출전했다. 이후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 로스토프(러시아)에서 활약한 유병수는 군 복무 관계로 2017년 김포시민축구단에 입단했다. 2019년에는 화성FC에서 뛰었다. 2019년에 화성FC를 4강까지 올려놓으며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후 유병수의 소식이 끊겼다. 유병수는 그사이 태국 2부리그로 떠났다. 그는 코로나19 시국 속에서도 22골을 넣었고 태국 축구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그리고 올해 1부리그 촌부리 FC로 이적했다.

유병수는 ‘스포탈코리아’와의 국제전화에서 믿음을 강조했다. 공격수가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부진하더라도 믿음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병수는 그 믿음이 있었기에 태국에서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유병수와의 인터뷰 전문.

- 촌부리는 과거 태국 리그 우승을 했을 만큼 태국 내에서 알아주는 팀이다. 2부리그에서 활약하다 1부리그 팀으로 이적했기에 느낌이 다를 듯하다.
운이 좋았다. 태국에서 한 시즌 뛰었는데 잘한 것 같다. 태국 리그는 외국인 선수의 비중을 많이 둔다. 공격수로서의 플레이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해주길 바란다. 공격수는 결정력 있는 선수를 선호하는데 지켜보는 앞에서 실력을 보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난 좋은 감독 밑에서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2부리그였지만 한 시즌에 22골을 넣는 것은 분명 대단한 득점력이다.
한 시즌이 코로나19로 인해 1년 넘게 걸려 끝났다. 후반기 때는 코로나가 1월에 심해져서 한 달 동안 중단하다가 2개월 동안 16경기를 몰아서 했다. 3일에 한 번씩 경기했는데 그렇다 보니 스쿼드가 강한 팀이 기회가 생기고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 내가 있던 팀은 구성이 나쁘지 않았지만, 선수층이 얇다 보니 계속 뛰어야 했다.

- 커스텀스에서 2골을 넣은 뒤 아유타야로 이적해 20골을 넣었다. 아유타야의 성적도 괜찮았는가?
9위 했다. 항상 강등권 팀이었다. 3부리그에 있다가 2부리그로 승격한 지 두 시즌밖에 되지 않았다. 커스텀스에 입단하고 4경기를 뛴 뒤 코로나19로 리그가 중단됐다. 그때 아유타야는 최하위였다. 리그 재개를 하면서 이적했다. 서로 잘 됐다. 아유타야는 좋은 성적으로 마쳤고, 나도 골 넣고 팀을 잘 옮기게 됐다.

- 태국 2부리그에서의 생활은 어떠했는가?
전체적으로 보면 K리그보다 수준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환경이 열악한 곳도 있다. 경기도 쉽지 않았다. 우리 팀이 최하위 팀이어서 상대 팀이 승점을 따내려고 강하게 경기했다. 그런데 우리가 경기에서 이겨가니까 나중에는 내게 수비수가 2~3명씩 붙더라. 그래도 난 그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내게 수비가 붙으면 다른 곳에 공간이 생긴다.
또한 공격수라는 포지션이 어디서나 어려운 자리다. 득점 상위 5위권에서 나 빼고는 측면 공격수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게다가 태국은 외국인 선수에게 기대는 부분이 크다. 몇 경기 골을 넣지 못하면 “무슨 문제가 있냐”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태국은 나이에 대한 고정 관념이 없다. 커스텀스에 입단했을 때 당시 감독님이 태국의 유명한 스트라이커 출신이었는데 “나이 있고 경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어린 선수들을 안 좋아하고, 경험 많은 선수 선호하셨다. 이것이 중요하다. 선수 입장에서는 나이와 관계없이 실력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동기부여가 됐고 열심히 하게 된 원동력이었다. 더 책임감을 느끼고 하게 됐다.

- 그 믿음이 20골을 넣는 비결이 됐나?
공격수에게는 믿음이 중요하다. 2010년 인천에서 뛸 때 (22골로) K리그 득점왕을 했다. 그때 4경기 연속 골을 넣지 못하고 힘들었지만, 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님께서 “걱정하지 마라. 교체아웃 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믿어주셨다. 나도 감독님을 위해서 골을 넣고 좋은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

- 2019년 화성FC 소속일 때 FA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K리그 복귀를 전망했다. 하지만 선택은 태국행이었다.
현재 K리그 팀들은 외국인 공격수들을 많이 쓴다. 내가 인천에서 뛰었던 2010년에는 각 팀마다 국내 스트라이커가 많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이 바뀌었고 나를 믿어주는 감독님 밑에서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촌부리에서 기대하는 부분이 클 듯싶다.
구단 디렉터는 태국 선수 최초로 독일에서 선수 생활을 하신 레전드로 유명하시다. 프런트도 10년 넘게 일하신 분들이다. 내가 알 힐랄 소속일 때 뛰던 경기도 보셨다고 한다. 나를 너무 마음에 들어 하고 내가 이 팀에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1, 2부리그의 수준을 떠나 아유타야에서 내가 넣은 골에 대해 기억하고 얘기해주는 모습에서 내가 필요해서 영입한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 앞으로 계획은?
2부리그에서 한 시즌 만에 잘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1부리그에서 잘 보여주겠다. 특히 한국 공격수가 골 넣고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다른 한국 선수가 태국에 올 때 본보기가 될 수 있다. 태국 축구계는 아무래도 유럽이나 남미를 우러러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 분위기에서 한국 선수가 얼마든지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사진=스포탈코리아, 촌부리 인스타그램,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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