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양식장에 넣는 수천만 청소 물고기 '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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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연어 생산국인 노르웨이의 양식장에는 10여년 전부터 색다른 일꾼이 일한다.
노르웨이 연어 양식장에서 사용한 청소부 물고기 수는 2008년 170만 마리에서 2019년 6000만 마리로 급증했다.
청소부 물고기를 연어 양식장에 활용하는 나라는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영국, 아일랜드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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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이' 제거 위해 노르웨이서 연간 6000만 마리 투입..교잡종 발생, 동물복지 논란도
세계 최대 연어 생산국인 노르웨이의 양식장에는 10여년 전부터 색다른 일꾼이 일한다. 연어 양식의 최대 위협인 ‘바다 이’를 퇴치하기 위해 놀래기 등 청소 물고기를 대거 풀어놓았다.
기생충을 없애기 위해 뿌린 약물에 저항성이 생기자 친환경 대안으로 큰 물고기 피부의 기생충을 잡아먹는 청소부 물고기를 활용하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야생 청소부 물고기를 대량으로 포획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 나타난 데다 ‘물고기 한 종의 복지를 위해 다른 종의 물고기를 희생시키는 것이 옳으냐’는 동물복지 논란까지 일고 있다.
바다 이는 야생이나 양식 연어의 피부에 들러붙어 점막이나 혈액, 피부 등을 먹는 기생충으로 바다 이 퇴치는 연어 양식장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문제이다. 화학약품 대신 자연적으로 기생충을 잡아먹는 청소부 물고기를 활용하는 것은 얼핏 멋진 아이디어 같았다.
청소부 물고기 활용은 1980년대 말 시작됐지만 양식업계에서 널리 쓰이게 된 것은 약물 부작용이 불거진 2008년 이후였다. 노르웨이 연어 양식장에서 사용한 청소부 물고기 수는 2008년 170만 마리에서 2019년 6000만 마리로 급증했다.
가장 널리 쓰이는 어종은 처음엔 대서양에 서식하는 놀래기 종류였다. 놀래기는 포식자 물고기의 입이나 아가미 속을 자유자재로 들어가 기생충을 잡아먹는 습성을 지닌 물고기로 최근 자기 인식 능력과 장기간 기억력을 보유하는 것으로 밝혀진 똑똑한 동물이기도 하다(▶붕어 기억력? 놀래기는 11달 전 기억한다).
그러나 놀래기는 수온이 떨어지면 활동력이 크게 둔화하는 문제가 드러났다. 2014년부터는 찬 바닷물에서도 청소 활동을 잘하는 것으로 밝혀진 도치과 물고기를 대대적으로 양식해 투입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도 야생에서 포획해 양식장에 넣는 놀래기가 많아 전체 청소부 물고기의 37%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2019년 노르웨이 양식장에는 야생에서 잡은 놀래기 2종 1500만 마리 이상을 투입했다.
야생 놀래기는 수백㎞ 떨어진 바다와 인접한 스웨덴으로부터 조달하는데 최근 풀어놓은 놀래기가 현지 야생종 집단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엘리카 파우스트 스웨덴 예테보리 대 생물학자 등 스웨덴과 노르웨이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진화적 응용’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노르웨이 중부에서 조사한 결과 놀래기의 약 20%가 양식장에서 도망치거나 자생 놀래기와 교잡을 이룬 개체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번 조사로 야생 놀래기를 대량으로 잡아 다른 지역에 풀어놓는 방식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현재의 청소부 물고기 활용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마다 수백만 마리의 살아있는 물고기를 수백㎞ 떨어진 곳으로 운반해 기생충을 잡는 일에 동원하는 것이 윤리적이냐는 문제도 제기됐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해양연구소는 최근 양식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민들도 청소부 물고기의 효과에 의문을 품고 있으며 산 물고기를 장거리 수송해 오는 데에도 비판적이었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식품 자체는 아니지만 식품을 위해 희생하는 청소부 물고기는 동물 윤리의 회색 지대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토레 크리스티안센 이 연구소 연구원은 “청소부 물고기를 이렇게 활용하는 것이 정당화되려면 최소한 양식장에서의 효율성과 기능이 엄밀한 증거로 제시돼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청소부 물고기의 40%는 양식장에 풀어놓은 뒤 죽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그 수는 2400만 마리에 이른다. 에드가 브룬 노르웨이 수의학 연구소 연구원은 “(양식장의) 연어가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도록 하기 위해 5000만에서 6000만 마리의 청소부 물고기를 희생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이냐”고 노르웨이 일간지 ‘다겐스 내링슬리브’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청소부 물고기를 연어 양식장에 활용하는 나라는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영국, 아일랜드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캐나다는 이를 불허했다.
인용 논문: Evolutionary Applications, DOI: 10.1111/eva.1322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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