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비장의 카드, '그린 몬스터'에 막혔다
그린 몬스터 대비, 비장의 카드 준비
첫 타순 바깥쪽, 두번째 타순서 몸쪽 공략
류, "홈런은 보가츠가 잘 친 것. 먼저 맞은 게 문제"
[경향신문]
류현진(34·토론토)이 보스턴 홈구장 펜웨이파크의 악명 높은 ‘그린 몬스터’에 당했다. 1-0으로 앞선 4회 잔더 보가츠에게 그린 몬스터를 넘는 스리런 홈런을 맞는 등 4회에만 안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허용하며 4실점했다. 한 이닝 사이클링 피안타는 류현진 빅리그 데뷔 후 처음이다.
류현진은 21일 보스턴과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8안타 4실점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6회부터 조엘 파얌스가 마운드를 이어받았고 토론토가 2-4로 패하면서 류현진은 시즌 2패째(1승)를 기록했다. 시즌 평균자책도 3.00으로 높아졌다.
보스턴의 홈구장 펜웨이파크 왼쪽 담장은 높이가 11m가 넘는 ‘그린 몬스터’가 자리 잡았다. 홈 플레이트로부터 거리가 94m밖에 안 될 정도로 펜스 거리가 짧고 높아서 우타자들에게 매우 유리하다.
보스턴은 스위치타자 마윈 곤잘레스를 7번에 배치하는 등 전원 우타자로 타선을 짜 좌완 류현진에 대비했다. 류현진 역시 전원 우타자인 보스턴 타선과 ‘그린 몬스터’를
의식한 신중한 승부를 펼쳤다. 첫 타순을 돌 때까지 조심스럽게 바깥쪽 위주의 승부를 펼쳤고 1회 속구구속을 88마일 수준으로 떨어뜨리면서 조심스런 투구를 했다.
토론토 중계진을 류현진의 투구 전략에 주목했다. 벅 마르티네스는 “바깥쪽 승부는 그린 몬스터를 향하는 타구를 적게 만들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류현진이 바깥쪽에 속구 구속을 평소보다 2~3마일 낮은 88마일 정도로 유지한 것도 치밀한 전략으로 해석됐다. 해설진에 따르면 펜웨이파크에 등판하는 투수들이 대부분 구속을 더 끌어올려서 헛스윙을 노리는 경우가 많은데, 류현진은 거꾸로 구속을 더 떨어뜨리면서 타이밍을 뺏는 전략을 세웠다는 것이다.
바깥쪽에 느린 속구를 구사한 뒤 몸쪽 높은 쪽에 빠른 커터, 속구를 던지면 ‘체감 속도’가 더 빠르게 느껴진다. 이를 두고 ‘효과 구속’ 전략이라고 한다.
첫 타순을 돌 때까지는 류현진의 전략이 성공적이었지만 한 바퀴 돌고 2번째 타순에 접어들면서 보스턴 강타선에 읽혔다. 류현진은 4회말 2번 크리스찬 아로요와 3번 JD 마르티네스에게 몸쪽으로 붙인 커터가 조금씩 몰리면서 연속 안타를 맞았다. 무사 1·2루에서 잔더 보가츠 타석, 바깥쪽 89마일 속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몸쪽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장타를 허용했다. 볼카운트 1-2로 유리한 상황, 이날 가장 빠른 91.1마일 포심을 스트라이크 존 몸쪽 가장 높은, 사실상 우타자 손목 근처의 존에 정확히 찔렀지만 보가츠가 이를 때려 그린 몬스터를 넘기는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만들었다. 우타자가 공략하기 힘든 코스의 공을 정확히 때려 넘긴 기술적 홈런이었다.
류현진은 1사 뒤 마윈 곤잘레스에게 2루타를 맞았고 2사 뒤 바비 달벡에게 중월 3루타를 허용하며 4점째를 내줬다. 4회에만 안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맞는 ‘사이클링 피안타’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5회에도 1사 뒤 2루타와 2루수 실책으로 1사 1·2루 위기를 맞았지만 땅볼, 뜬공으로 처리하며 실점없이 5회를 마쳤다.
류현진은 경기 뒤 “타순 한 바퀴 돈 뒤 몸쪽 승부를 하겠다는 계산이었는데 제구가 몰리면서 안타를 맞았다. 보가츠에게 홈런 맞은 공은 구위고 코스도 좋았는데 타자가 잘 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팀 3연패에 대해 “한 시즌을 소화하는 과정의 일부다. 투타밸런스가 잘 맞으면 다시 많은 경기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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