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보호종료아동 지원, 자립기반 마련에 초점 맞춰야"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2021. 4. 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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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8세'면 자립 못해도 보호 종료..2019년 기준 2500여 명
'10명 중 4명' 기초생활수급 有경험, 대학진학률 절반 그쳐
"지원기관 인력확충 및 정보지원 확대해야"..주거지원도 권고
스마트이미지 제공
만 18세가 되면 시설을 떠나야 하는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국가 지원이 이들의 실질적 자립을 돕기보다 일시적인 금전 지원에 머물고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이들 상당수가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유관부처에 지원을 확대하고 관련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21일 인권위는 지난 2019년 실태조사를 토대로 보호종료아동이 자립과정에서 겪는 취업·주거·교육 등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인 지원과 역량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보호종료아동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 등에서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가 되면 보호조치가 종료되는 이들을 뜻한다.

인권위는 보건복지부(복지부) 장관에게 자립지원전담기관의 설치 근거와 역할을 법으로 규정해 전국 17개 시·도에 확대 설치하고 인력을 확충할 것을 권고했다. 보호종료아동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국토교통부(국토부) 등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청년매입임대주택 등 공적 주거지원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도 시행하라고 제언했다.

또 보호종료아동들이 단계적으로 완전한 자립에 이를 수 있도록 생활기술 전반에 대한 교육과 정신건강지원 프로그램 등도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고용노동부(노동부) 역시 이들의 중·장기적 직업훈련 프로그램과 인턴십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부모의 빈곤·실직·학대·사망 등 여러 이유로 아동양육시설·공동생활가정·가정위탁 등의 형태로 보호 중인 국내 아동은 3만여 명에 가깝다. 문제는 이들이 만 18세가 되는 순간 실제 자립여부와 무관하게 보호조치가 끝난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기준 보호종료아동의 수는 2587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대다수는 경제적으로도 빈궁한 처지에 놓여있었다. 지난 2016년 복지부의 '보호종료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보호종료 이후 기초생활수급 경험자는 40%에 달했고 월평균 수입은 123만 원으로 조사됐다. 평균 대학 진학률도 절반 수준(52%)에 머물렀다.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인권위는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을 위한 정책은 보호종료 이전단계에서의 중점적 지원 또는 금전적 지원 수준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라도 대상 아동이 자기책임 및 사회적 연대의식 아래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이들이 한 명의 당당한 성인으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라며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생활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인권위는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체계적 자립지원을 위해 전담기관들이 더 내실 있게 운영돼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자립지원전담기관은 대상 아동들이 만 15세일 때부터 보호종료 후 5년 이내 주거·진학·취업 등을 포괄적으로 지원한다. 아동권리보장원과 협력해 지원사업을 개발·운영하고 지역 내 보호체계별 지원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에서 자립지원전담기관을 통해 인턴십·자립교육·금융교육 등을 수강한 보호종료아동은 133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 2012년부터 설립된 자립지원전담기관은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8개 시·도에 세워져 설치율이 47.1%에 그치고 있다. 기관별 전담인력의 경우 서울시는 3명, 제주도는 1명에 불과했다.

이같은 '인력난'은 기존 법령상 지자체 내 기관 설치가 임의규정으로 돼있다 지난 2019년 개정으로 이마저 삭제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재정 역시 국비 지원 없이 100% 지방비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권위는 아동복지법 또는 관련법령을 재개정해 자립지원전담기관 설치 및 운영에 대한 근거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자립지원전담기관의 설치는 지자체의 의무로 규정하고, 광역지자체 기준으로 각 시·도마다 1곳 이상을 두어 각 지역별로 기관이 설치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세부항목 중에선 특히 주거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이번 조사결과, 보호종료아동이 가장 희망하는 외부지원서비스는 'LH 청년임대주택 이용'(59.4%)인 것으로 파악됐다. 초기사례관리 2년간 보증금과 월세를 면제받고 수도세·전기세 등의 관리비 정도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정부주도의 주거지원 사업은 수혜율이 낮고, 지원자격을 갖추기 어렵거나 자격이 되더라도 대기기간이 긴 경우가 많아 보호종료아동이 실질적 도움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며 "수혜대상을 확대하는 등 보다 많은 이들이 주거지원통합서비스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보 제공이 헐거운 점도 지적됐다. 인권위 조사 결과, 보호종료아동이 스스로 지원대상자임을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경우도 38.2%(251명 중 96명)에 달했다. 식생활·개인용품 및 위생관리·주거 등 분야별로 이용이 가능한 서비스를 '모른다'는 응답도 전체 약 4분의 1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지난 2019년 정부가 보호종료아동 대상 주거지원통합서비스를 시작하며 LH 청년매입임대주택 240호를 지원하고 '맞춤형 사례관리'까지 하는 정책을 마련했으나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 서울 외 모든 지역에서 '미달'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며 "개개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관리, 대상의 필요에 맞춘 적극적인 정보 제공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통합적 데이터베이스의 유지·관리를 강화하고, 대상의 연령대를 감안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유튜브 등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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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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