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는 없어서 못 파는데..중산층이 사라졌다

권다희 기자 2021. 4. 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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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로나 적자생존..'K자 회복' 경고①

[편집자주] IMF는 최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렸다. 코로나 극복을 생각보다 빨리 한다는 얘기. 그러나 누군가는 빠르게 누군가는 느리게 일어서며 회복세가 'K자'를 그리고 있다. 새 리스크로 떠오른 양극화 상황을 진단해본다.

/사진=AFP

팬데믹 발생 1년여, 백신 보급이 빠르고 부양책을 펼 여력이 있는 선진국과 그렇지 못한 신흥국의 경기 개선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같은 국가에서도 자산가격 상승 수혜를 입은 이들이 있는 반면 실직·폐업으로 어려워진 사람들 사이 격차가 커진다. 경제적 분화가 깊어질수록 전세계적인 역풍은 거세질 거라고 국제통화기금(IMF) 등 전세계 기관들이 경고하는 배경이다.

중산층 줄이고 빈곤층 늘린 팬데믹
미국의 초당파적 싱크탱크인 퓨 리서치 센터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중산층(퓨 리서치는 중위 소득자를 중산층으로 표현)이 1990년대 이후 처음 감소했다. 중위소득(일 소득 10~20달러, 1만1000~2만2000원), 중상위소득(20~50달러) 인구가 각각 5400만명, 3600만명 줄었고, 상위소득(50달러 이상) 인구도 6200만명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빈곤층(2달러 이하), 저소득(2~10달러) 인구는 각각 1억3100만명, 2100만명 늘었다.

팬데믹을 전후로 중위소득 이상 인구 1억5200명이 저소득·빈곤층으로 미끄러졌다는 의미다. 한국 인구의 3배 규모다.

퓨 리서치의 중산층 기준이 한국과 선진국 기준보다 낮다는 걸 고려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빈곤화는 신흥국에서 더 뚜렷하다. 특히 인구 대국 인도의 충격이 가장 컸다. 지난해 인도 중산층(중위소득)은 3200만명 줄었다. 인도가 경제자유화에 나선 1991년 이후 없던 추세다.

중산층 감소는 세계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지난 수십년 세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추세는 중산층의 부상이었다. 중산층이 된 소비자 집단이 꾸준히 성장할 거라는 기대는 다국적 기업의 사업 계획과 투자 전략의 핵심 가정 중 하나였다. 이런 가정이 지금 위기를 맞았다.

경제 좋아진 美, 자산가격 상승 수혜는 일부만
람보르기니 우라칸 Evo /사진=AFP
저소득·빈곤층이 늘어나는 동시에 금융·부동산 자산이 있는 이들의 부가 팬데믹 기간 급증하면서 국가 내 경제적 격차도 벌어졌다. 미국은 올해 가장 빠른 경제회복세가 예상되는 국가 중 하나지만 이 회복의 수혜는 모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미 연방준비제도에 따르면 미국 가계의 순자산(자산-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30조2000억달러로 사상 최대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보다도 10% 늘었다. 그러나 연준의 다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부의 70%는 가장 부유한 상위 10% 가구에 돌아갔고, 하위 50%는 4%만을 가져갔다.

한 국가 내 경제적 격차의 급속한 확대는 정치·사회적 불안을 키운다는 점에서 또다른 위험이다.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 "우리는 팬데믹의 2차적인 경제적 여파 구간에 막 들어서고 있다"며 "전세계 경제가 갈라지고 있고 이 위험이 과소평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오히려 더 잘 팔린 슈퍼카, 명품
중국의 한 루이비통 매장/사진=AFP
K자 회복은 기업 실적에도 드러난다.

한 대당 수억원을 넘는 슈퍼카 브랜드들은 팬데믹에 되레 기록적 판매량을 보인다. 애드리안 홀마크 벤틀리 회장은 지난달 간담회에서 벤틀리가 지난해 101년 역사상 가장 많은 차량을 인도했으며, 최근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30% 더 많다고 밝혔다. 부가티의 스테판 윙클만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달 간담회에서 작년 실적이 "놀라웠다"고 했고, 슈테판 빙켈만 람보르기니 CEO는 올해 첫 9개월까지 주문이 벌써 다 찼다고 밝혔다.

명품업체 실적도 고공행진이다. 루이비통 모기업인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0% 늘어난 138억5900만유로로 시장 전망보다 10% 더 많았다.

이는 팬데믹 타격을 덜 입은 고소득층들이 여행을 못 한 대신 소비를 늘린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업체 J.D 파워의 타이슨 조미니 부사장은 CNN비즈니스에 "증시 호황이 큰 역할을 했다"며 "부유한 사람들이 여행에 돈을 쓸 수 없게 되면서 비싼 차와 같은 사치품으로 눈을 돌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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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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