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文정부 몽상이 '백신 대실패' 불렀다

기자 2021. 4. 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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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교 사회부장

국가 리더는 최악의 상황 대비

文은 정반대로 자화자찬 열중

靑회의실 구호 指鹿爲馬 연상

백신과 핵은 국가의 전략 자원

미확보·무대책으로 무능 노출

장밋빛 거짓 미래 제시 끝내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가 열리는 여민관 영상회의실에는 ‘위기에 강한 나라 든든한 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정부는 국민과 함께 위기극복에 사력을 다해왔고 세계적으로 방역에서 모범국가가 됐다”고 19일 자평했다. 아슬아슬한 방역, 집단면역 난관, 국제사회와의 백신 협력 등을 과제로 제시했지만, 전체적으로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이어졌다. 문자 세뇌의 국민 각인 효과를 얻으려는 듯 그 문구는 청와대 회의 영상 초기화면에 대통령의 얼굴보다 크게 카메라에 잡혔다.

문 대통령은 국가 리더가 항상 고민해야 하는 ‘워스트 시나리오’를 생각하지 않는 지도자로 보인다. 피하고 싶은 미래와 조우하지 않으려면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자원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이중 삼중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내부 역량을 과대평가하고 지난 1년 가까이 치료제·백신 개발에 매달렸다. 세계가 백신을 개발한 나라와 개발하지 못한 나라로 양분되는 앞날도 예측하지 못했다. 백신 개발은 축적된 기술과 뛰어난 연구 인력, 집중적인 자원 투입이 요구된다. 한국이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백신 개발로 승리하려면 시간을 벌어야 했던 만큼, 이는 안전성 높은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대량 확보에 나섰어야 했던 요인이다.

현실은 정반대, 부작위로 흘렀다. 여민관 문구는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칭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 격이다. 국민을 농락하고 상전 행세를 하며 권세를 휘두른 것과 다르지 않다. 정부가 자화자찬하는 K-방역도 ‘색출과 격리’라는 전통적 전염병 대응책에 불과하다. 진단 검사→ 감염 확인→ 격리와 치료→ 바이러스 차단의 기본 메커니즘에서 움직인다. 유전자검사(PCR)와 QR코드로 수단이 달라졌을 뿐 조선 시대에도 썼던 방식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한 초간일기와 계암일록에는 각각 1582년과 1609년에 역병이 발발해 명절에 차례를 생략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수령들은 마을에 역병이 돌면 진출·입을 완전통제하는 코호트 격리 봉쇄를 시행하기도 했다.

치명적 오류는 코로나 시대 국제질서 전환에 대한 인식 부재다. 유럽의 베스트팔렌평화조약 체결 이후 세계는 두 차례 세계대전과 구소련의 붕괴 및 중국의 부상, 크고 작은 지역 분쟁의 도전 과정을 거치면서 개방무역과 국제금융시스템, 공동의 분쟁해결 노력이 유지되는 현존 세계질서를 유지해 왔다. 그 중심에는 미국이 있었다. ‘외교의 신’으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의 표현을 빌리면 “미국은 베스트팔렌 체제를 옹호하다가 혹평하기를 반복해 오면서 우리 시대의 과제를 다루는 필수적 존재”로 세계 속에서 자리매김해 왔다. 미국이 세계를 움직여 왔던 방식은 힘과 정당성 두 가지였다. 모순되는 듯 보이지만 현실이다. 여기에 백신이 추가되고 있다. 최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만나 1억 회 분의 백신 확보를 약속받았다. 5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문 대통령도 미국에 손을 벌려야 하는 처지다. 문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이 같은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 이제 백신은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전략 자원이 됐다.

역사에서 지도자의 판단 실패로 멸망한 대표적 국가로 잉카가 꼽힌다. 1532년 11월 16일 아타우알파는 스페인의 군인 탐험가 프란시스코 피사로를 마주한다. 아타우알파는 피사로가 정복자인지도 몰랐고, 화승총과 대포의 위력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날 8만여 명의 잉카 군대는 고작 168명의 스페인 군인에게 짓밟혔다. 사로잡힌 아타우알파는 방에 황금을 가득 채워 목숨을 사려고 했지만 처형당한다. 잉카 사람들도 유럽인이 가져온 장티푸스와 천연두, 홍역 등으로 하나둘씩 목숨을 잃어 갔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역저 ‘총, 균, 쇠’에서 잉카의 비극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몽상에 빠져 현실 인식에 실패한 지도자,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는 집권층, 맹목적 지지세력이 권력을 쥐고 흔들고 있다. 대한민국 앞날이 불안한 이유다. 문 정부가 더 조장한 북한 핵에 끌려다니고, 외국의 백신 처분에 운명을 저당 잡힌 참담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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