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월광' 대변인

기자 2021. 4. 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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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을 한 지난 1월 20일 젠 사키(43) 신임 백악관 대변인은 첫 브리핑에 나섰다.

한 기자가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 일정이 정해졌느냐"고 질문하자 사키 대변인은 "취임 7시간밖에 안 됐는데 해외 출장 준비요? 적어도 나는 준비됐어요"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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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을 한 지난 1월 20일 젠 사키(43) 신임 백악관 대변인은 첫 브리핑에 나섰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17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터라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30분 만에 31개의 질문을 받은 사키 대변인은 질문에 능수능란하게 대응했다. 한 기자가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 일정이 정해졌느냐”고 질문하자 사키 대변인은 “취임 7시간밖에 안 됐는데 해외 출장 준비요? 적어도 나는 준비됐어요”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키 대변인은 질문하는 기자의 이름을 부르며 친근하게 브리핑을 진행해 합격점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세 번째 대변인이었던 스테퍼니 그리셤은 9개월여 동안 한 번도 브리핑을 하지 않았고, 마지막 대변인인 케일리 매커내니는 질문하는 CNN 기자의 반 트럼프 성향을 문제 삼아 “답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브리핑장을 나가버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기자들은 “이제 백악관이 정상을 되찾았다”고 칭찬했다.

2002 월드컵 대표 출신인 이영표 강원 FC 대표는 “월드컵은 경험하는 곳이 아니라 증명하는 곳”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난 16일 언론인 출신인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 후임으로 임명된 신임 박경미 대변인의 첫 소개 행사에서 보여준 모습은 사키 대변인과 크게 달랐다.

박 대변인의 상관인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기자들에게 “신임 박 대변인이 한쪽 분야(교육비서관)만 맡다가 전 분야를 취급하게 돼 당분간 현안 질의는 제게 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복잡한 사안을 대변인에게 질의하면 당황할 수 있으니 밀월 기간을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아무것도 모르니 질문하지 말라는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준비할 시간이 필요할 만큼 여유 있는 자리가 아니다. 훈련소가 아니라 전장(戰場)이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주말에 기모란 방역기획관의 임명을 놓고 언론의 비판이 집중됐다. 또, 박 대변인은 청와대 들어오기 전 유튜브에 ‘월광 소나타’를 연주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성정과 닮았다는 ‘아부성’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소통을 밥 먹듯 얘기하지만 이런 준비성으로 기자들과 소통하겠다고 나서니 ‘불통’ 정권이라는 비난을 듣는다. 청와대 대변인은 연습이 아닌 국민에게 증명해 보이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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