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人 5色' 매력으로 베토벤과 교감하다

2021. 4. 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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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필하모닉-신예 피아니스트 협연
피아노 협주 전곡 '파이브 포 파이브'
자네티 감독 "신진들에 무대 기회"
클래식계가 주목하는 다섯 명의 신예 피아니스트 선율·박재홍·윤아인·정지원·임주희(왼쪽부터)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5개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각각 연주한다. 마시모 자네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사진 왼쪽 세번째)는 “코로나라는 비극 속에 설 무대를 잃은 젊은 연주자들을 위한 무대”라고 말했다. [경기아트센터 제공]

지금 클래식계가 주목하는 다섯 명의 신예 피아니스트가 모였다. “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 연주자들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5개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각각 연주한다. 선율(21)·정지원(20)·윤아인(25)·박재홍(22)·임주희(21)가 그들이다. 피아노 협주곡의 새로운 장을 연 4번을 연주하는 박재홍은 “큰 프로젝트에 기성 연주자가 아닌 신진 연주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같이 동참할 수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펜데믹 시대의 연주자들에게 무대는 절실함 자체다. 스타 연주자에 비해 무대에 설 기회가 적은 신예들에게 무대는 언제나 갈증의 대상이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신예 연주자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 시리즈 ‘파이브 포 파이브(Five for five)’(4월 24일부터)를 진행하는 것은 이들에게 연주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마시모 자네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경기필에서 예술감독을 시작할 때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삼은 것은 뛰어난 젊은 음악가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지금이 이 말을 지키기 위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라며 “코로나라는 비극 속에 설 무대를 잃은 젊은 연주자들에게 무대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을 알리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당도한 국내 클래식계는 그 어느 때보다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간 국내 클래식계에선 세계적인 연주자와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에 너무 의존했다. 오랜 시간 계속되며 잡힌 이 체질적 문제가 코로나19에 발목을 잡히면서 체감됐다. ‘연주 여행’이 어려워지며 공연 취소를 반복하자,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해외 연주자의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연주자를 발굴해야 할 때가 왔다”는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커졌다. 유망주의 발굴을 통해 지속가능한 클래식 터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코로나19로 재확인하게 됐다. 경기필하모닉과 다섯 명의 피아니스트의 만남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 무대를 위해 자네티 감독은 다섯 명의 피아니스트와 일대일로 소통하며 음악적 교류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자네티 감독은 “보통의 지휘자들이 작업할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업했다”며 “일반적으로 리허설 전에 곡의 해석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누는 협연과 달리 다섯 명을 따로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자네티 감독과 신진 음악가의 만남은 서로의 음악적 견해와 해석을 들어보는 시간이 됐다. 자네티 감독은 “두 명의 예술가가 만나 마음이 가까워지고 서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자 자기 주장만 하게 되면 음악은 생명력을 잃는다”라며 “오케스트라와 협엽 무대를 보면 지휘자와 솔리스트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다섯 연주자들은 모두 마음이 열려 있고, 새로운 시도에 자유로워 굉장히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젊은 연주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베토벤이 작곡가로서 자신만의 어법을 찾아낸 3번을 연주하게 된 윤아인은 “감독님에게서 음악을 사랑하는 표정과 제스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가려 하는 궁금증을 느꼈다”며 “감독님을 만나고 난 이후 곡을 향한 설렘이 커졌고, 무대에서 빨리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는 한 사람이 베토벤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이 아닌 5명이 각각 연주를 하는 만큼 피아니스트들의 서로 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다. 베토벤의 음악적 유희가 돋보인다는 2번을 맡은 정지원은 “5명의 각자의 개성으로 연주해 하나의 호흡을 만들 수 있다는 게 특별한 것 같다”며 “베토벤이 생각한 이상적인 호흡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 무대는 선율이 연다. 젊은 시절 베토벤의 생기가 넘치는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는 그는 “특별한 해석을 들려드리고 싶다”며 “성공적인 오프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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