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부대' 역시 군대는 짬밥, 왜소한 박준우가 증명한 전략의 힘
[엔터미디어=정덕현] 171cm의 다소 왜소한 체구에 평범해 보이는 얼굴. 채널A <강철부대>에서 박준우(박군)는 다른 출연자들 속에서 과연 버텨낼 수나 있을까 싶은 모습으로 등장한 바 있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폭발적인 괴력과 근성을 보여준 UDT 육준서나, 엄청난 힘으로 진흙 구덩이 속에서 다른 팀원을 바깥으로 밀어내던 SSU 황충원 같은 인물들 속에 서 있으니 더더욱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박준우는 그들이 가진 강철 같은 힘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그건 15년 경력의 예비역 상사로서 갖고 있는 경험치다. 물론 그 역시 외관과는 사뭇 다른 체력과 근성, 지구력을 갖고 있지만, 그것보다 경쟁 부대원들이 '리스펙'하는 부분은 '짬'이다. 이른바 짬에서 나오는 실력은 도저히 힘으로도 어쩔 수 없다는 것. 그래서 그는 '박갈량'이라 불린다. 늘 남들이 못하는 전략을 세우고 미션에 뛰어드는 모습이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고지점령' 미션에서도 박준우의 전략은 실로 인상적이었다. 가파른 경사로 이뤄진 산등성이를 먼저 올라 고지를 점령하는 이 미션에서 초반 레이스를 주도한 건 UDT의 정종현 대원이었다. 그는 엄청난 체력으로 초반부터 달려 나갔고, 2위 추격자인 SSU 김민수 대원과 확연한 격차를 벌려 놓았다. 박준우는 세 번째로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해가며 이들을 추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박준우는 앞서 달려가는 정종현과 김민수 대원과는 다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건 오른쪽에 있는 숲에 의해 양지와 음지가 만들어져 있고, 그래서 음지쪽은 눈이 녹지 않아 오르기가 더 힘들 거라는 걸 미리 박준우가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양지쪽으로 방향을 틀어 더 수월하게 오른 박준우는 결국 2위로 고지를 점령했고, 뒤늦게 양지쪽으로 들어온 김민수 대원과 정종현은 각각 3,4위에 머물렀다(1위는 707 박수민 대원인 듯, 통편집되어 방송에 등장하진 않았다).
박준우의 이런 전략적인 선택은 미션 초반 치러진 참호격투와 각개전투에서도 빛난 바 있다. 엄청난 체격과 체력을 가진 다른 팀원들과 참호 진흙탕 속에서 서로 밀어내는 참호격투에서 박준우는 적을 동지로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끝내 살아남았다. 또 각개전투에서는 40kg 무게의 타이어를 들고 뛰어야 하는 미션에서 보다 걷기 좋은 단단한 땅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수월하게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강철부대>에서 박준우의 이런 전략가다운 면모들은 이 군대 서바이벌에 남성들은 물론이고 여성들까지 팬덤이 만들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저 '힘 자랑'이 아니라 '전략'이나 '경험'이 가진 두뇌 싸움 또한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준우는 팀원들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리더로서의 모습도 두드러진다. 그러니 군대 서바이벌 하면 먼저 떠오르는 살풍경한 장면들 속에서 그가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은, 괴력에 압도당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이들조차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아직 그 논란의 진위가 정확히 파악된 건 아니지만 <강철부대>에서 갑작스레 하차한 707특수임무단의 박수민과 박준우는 사뭇 정반대로 비교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첫 회부터 대선배인 박준우에게 "춤 좀 보여주실 수 있냐"는 식으로 무례한 도발을 했던 박수민은 심지어 707 예비역들로부터도 부대의 명예를 실추했다며 비판받은 바 있다. 하지만 데스매치에서 살아남은 특전사팀은 바로 707 특수임무단을 찾아와 우리는 '같은 가족'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도, 박준우는 두 팀이 끝까지 올라가는 좋은 그림을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강철부대>는 물론 제목에 담긴 것처럼 강철 같은 면모를 보여주는 특수군 예비역들의 놀라운 기량들이 시선을 잡아끌지만, 만일 그런 체력적인 대결과 승패로만 치달았다면 지금 같은 보편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거기에는 체력 이외에도 경험에서 묻어나는 전략이 있고, 승패와 상관없이 져도 잘 싸운 과정들이 담겼다. 그런 점에서 박갈량으로 불리며 <강철부대>에 그 색다른 색깔을 만들어낸 박준우는 이 프로그램에 중요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있어 <강철부대>가 살아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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