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감사편지'란>아이들 편지 읽으며 반성·감사 떠올라.. 작은 따뜻함이 불러온 행복

기자 2021. 4. 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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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아이들은 학교에 와서도 서로 떨어져 있어야만 했다.

내 입에서는 계속 서로 접촉하지 말고 거리두기를 하라는 외침만 나왔고, 어느 순간 이것도 저것도 안 된다는 이야기만 하며 아이들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편지를 읽으며 마스크를 쓰고 수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불평만 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됐고, 감사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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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도련초등학교 강동호 교사

온라인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아이들은 학교에 와서도 서로 떨어져 있어야만 했다. 내 입에서는 계속 서로 접촉하지 말고 거리두기를 하라는 외침만 나왔고, 어느 순간 이것도 저것도 안 된다는 이야기만 하며 아이들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웃음이 가득 차야 할 교실에서는 대화가 점점 사라졌고 긴장만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삭막한 교실에서 교사인 나 역시 힘이 빠져가고 있던 차에 큰 울림이 있던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7월 학급 학생들과 국어 수업을 하며 감사편지쓰기 대회에 참여했다. 여느 수업과 마찬가지로 시험 대형으로 앉아 우리 아이들은 침묵 속에서 그리고 교사인 나는 편지 쓰는 방법을 이야기하며 교실에서 혼자 있는 듯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들의 얼굴은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고 이야기도 제대로 할 수 없어 편지쓰기에 대해 이해를 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큰 기대 없이 아이들에게 편지지를 나눠줬고, 고요함 속에서 편지 쓰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이 하교하고 편지를 정리하기 위해 하나씩 살펴봤다. 나의 예상과 달리 그 편지 속에는 따뜻한 힘과 웃음이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의료진에게 감사의 편지를 쓴 아이들도 있었고, 학교에 가지 못해 집에만 있는 아이들을 돌봐주는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께 감사 인사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거리두기를 외쳤던 선생님 몰래 자신들만의 추억을 쌓아 친구에게 감사 인사를 한 괘씸하지만 웃음이 났던 편지, 담임선생님인 나에게도 감사 인사를 한 고마운 편지, 평소에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을 하지 못하게 되자 알게 된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하나하나 감사 인사를 한 사랑스러운 편지, 쌍둥이 자매에게 존재만으로도 고맙다는 인사를 한 귀여운 편지 등 다양한 편지가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힘든 시기를 겪었을 우리 아이들은 오히려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깨닫고 이를 표현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편지를 읽으며 마스크를 쓰고 수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불평만 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됐고, 감사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먼저 우리 아이들, 서로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온라인 또는 등교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추억을 쌓던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감사했다. 온라인 수업에 큰 도움을 주셨던 학부모님들, 그리고 갑작스럽게 변화한 학교지만 서로 가르쳐주고 새롭게 시도하며 학교를 이끌어 갔던 동료 선생님들에게도 모두 감사했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또 거리두기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이럴 때 ‘감사’의 의미를 찾고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 어떨까? 감사를 표현하고 받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 나의 마음 따뜻했던 경험을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다.

/제6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 감사편지 공모전/

주제 : 편지를 통해 선생님, 부모님, 친구에게 감사의 마음 전하기

응모자격 :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생 및 청소년

접수기간 : 2021년 3월 1일(월)∼6월 30일(수)

접수방법 : 인터넷 검색창에 ‘초록우산 감사편지’ 검색 또는 전화 신청(1833-3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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