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국의 행복한 세상] 돌멩이를 끓이는 법

배연국 2021. 4. 2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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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피폐해진 작은 마을에 혼자 사는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는 집안에 있던 냄비를 들고 냇가로 갔다.

소금 장수가 지나가다가 할머니를 보고 물었다.

 "할머니 뭐 하고 계세요?" "우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아주 특별하고 맛있는 수프를 끓이는 비법이 있어요. 조금 있으면 수프가 다 되니 먹고 가시우." 돌멩이 하나로 어떻게 맛있는 수프를 끓이는 것일까? 소금장수는 할머니의 비법이 궁금해서 가지 않고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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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피폐해진 작은 마을에 혼자 사는 할머니가 있었다. 가난한 할머니는 양식이 다 떨어져 며칠째 음식을 먹지 못했다. 할머니는 집안에 있던 냄비를 들고 냇가로 갔다. 냄비에 깨끗한 물을 담은 뒤 돌멩이 하나를 냄비에 넣었다. 그러고는 큰 거리로 나와 나뭇가지를 주워 냄비의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소금 장수가 지나가다가 할머니를 보고 물었다. “할머니 뭐 하고 계세요?” “우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아주 특별하고 맛있는 수프를 끓이는 비법이 있어요. 조금 있으면 수프가 다 되니 먹고 가시우.” 돌멩이 하나로 어떻게 맛있는 수프를 끓이는 것일까? 소금장수는 할머니의 비법이 궁금해서 가지 않고 기다렸다. 그러다 할머니에게 “수프에 소금은 넣었나요?”고 물었다. 할머니가 아직 안 넣었다고 하자 냄비에 소금을 조금 집어넣었다.

이윽고 배추 장수가 지나가다 할머니와 소금장수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 다가와 물었다. 배추 장수도 특별한 수프를 끓이는 중이라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옆에 서서 수프가 다 되기를 기다렸다. 그는 냄비에 배추가 안 들어간 것을 보고 자신이 가진 배추를 냄비에 넣었다. 때마침 고기 장수가 지나가다가 이 광경을 보았다. 그도 할머니의 얘기를 듣고 수프 요리를 기다리다 냄비에 고기를 넣었다.

마침내 할머니는 수프가 다 되었다면서 냄비 뚜껑을 열었다. 소금과 배추와 고기가 어우러진 특별한 수프가 탄생한 것이다. 할머니와 세 사람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수프를 맛있게 먹었다. 프랑스 동화 ‘돌멩이 수프'에 나오는 내용이다.

돌멩이 수프를 읽으면서 만약 우리 모두가 바라는 ‘행복의 수프’를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 것인지를 생각했다. 할머니처럼 소금, 배추, 고기에 해당하는 소중한 재료가 감사와 긍정과 비움이 아닐까 싶다. 범사에 감사하고 걱정과 분노를 비우고 긍정으로 살아간다면 행복하지 않을 일이 없을 것이다.

가끔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면 나의 하루를 찬찬히 돌아보자. 걱정, 불평, 불안, 분노를 자주 표출하고 있지 않은지 말이다. 그것은 행복의 수프를 만드는 식재료가 아니다. 불행의 식재료들을 잔뜩 집어넣고 행복의 맛을 기대해선 안 된다.

영산홍 꽃봉오리가 풍선처럼 부풀고, 민들레가 노란 미소를 짓는다. 자줏빛 라일락 향기는 허파와 심장을 돌아 나의 전신을 순항한다. 떡갈나무 새 잎들이 떨리는 소리, 뺨을 스치는 꽃샘바람, 파란 하늘에 떠다니는 실구름…. 그외에 어떤 행복의 재료가 더 필요할까? 찬란한 사월 봄날에 행복이 아닌 재료들을 찾을 수가 없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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