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시간 [편집실에서]

2021. 4. 2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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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올 초 넷플릭스에서 〈승리호〉를 공개했지요. 얼마 만에 보는 ‘국내산’ SF영화였던지요. 영화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우리 배우가 우리나라 말로 대화하는 우주 배경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눈과 귀가 즐거웠습니다. 미국인만 지구를 지키라는 법이 있나요. K드라마와 K무비가 글로벌 인기를 얻고 있다지만, SF물은 여전히 불모지로 남아 있습니다. 화성을 가고, 지구를 지키는 것은 아직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말입니다.

돌아보면 SF는 우리에게 낯선 장르가 아니었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뢰매〉는 어린이들의 영웅이었습니다. 그보다 앞선 1970년대는 수많은 SF물이 만화로, 애니메이션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우주소년 아톰〉, 〈마징가 Z〉, 〈하록 선장〉, 〈미래소년 코난〉 같은 일본작품이 홍수를 이뤘던 시대입니다. 하지만 방학 때는 〈로보트 태권V〉 등 국산 SF물이 나와 자존심을 세웠습니다. 신문수 화백이 〈로봇 찌빠〉를, 이정문 화백이 〈캉타우〉를 그린 것도 그즈음이었습니다. 그 시절 아이들의 꿈 중에는 꼭 ‘과학자’ 혹은 ‘발명가’가 있었습니다. 대중에 잘 알려진 과학자인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도 〈로봇 찌빠〉를 보고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고 합니다.

주간경향 1424호는 14인의 과학자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뇌과학, 물리학, 생명공학, 화학, 핵융합, 로켓, 기상 등 분야가 다양합니다. 과학철학과 과학대중화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문패로 ‘2050 과학오디세이’를 달았습니다. 시사주간지가 전체 지면을 과학자 인터뷰로 채운 것은 아마도 국내 언론사상 처음일 것입니다.

과학특집을 준비한 표면적인 이유는 4월은 과학의 달이고, 21일은 과학의 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이제는 과학을 진지하게 논해볼 때가 되기도 했습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세상은 ‘퀀텀점프’를 하고 있습니다. 먼 미래에서나 이뤄질 만한 것들이 비대면 바람을 타고 속속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테슬라는 전 세계 자동차 기업 중 가장 비싼 회사가 됐습니다. 코스피에서는 다음, 네이버 등 테크기업들 주가가 연일 치솟고 있습니다. 여기에 2차전지, 반도체, 자율주행자동차, 백신 관련 종목도 뜨겁습니다. 다음에는 뭐가 나올지 전망조차 안 됩니다. 자칫 과학기술의 변화속도를 철학이 따라가지 못할 때면 괴물이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AI 챗봇인 ‘이루다’가 혐오 및 차별 발언에 휩싸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과학은 합리성에 기반을 둡니다. 과학을 연구하면 생명에 대해서도 경외심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이번 주는 주식, 부동산, 정치 이런 얘기 잠시 제쳐두고 과학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쩌면 미래로 가는 아이디어를 얻을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의 꿈도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렴 ‘건물주’보다는 ‘과학자’가 낫지 않겠습니까.

박병률 편집장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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