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의 3번째 '택시 스쿼드',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텍사스 레인저스의 마운드가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양현종(33)이 택시 스쿼드에 포함돼 원정 6연전에 오른 첫날, 이번에도 바뀐 건 없었다.
텍사스는 오는 26일(한국시간)까지 LA 에인절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세 번씩 맞붙는다. 양현종은 조시 스보스, 헌터 우드(이상 투수), 드류 부테라(포수), 앤디 이바네스(내야수) 등과 택시 스쿼드에 포함돼 선수단과 같이 애너하임으로 이동했는데 로스터에 합류되진 않았다.
양현종은 개막 로스터의 한 자리를 놓고 마지막까지 경쟁했으며, 지금도 한 걸음만 내딛으면 빅리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신세다. 택시 스쿼드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3번째지만, 지금껏 한 번도 기회를 얻지 못했다.
걱정은 '비상등'이 켜졌던 텍사스 마운드가 안정됐다는 것이다. 시즌 개막 후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실점(14점-11점)을 하며 붕괴 위험까지 보였는데 이후 15경기에서 평균 3.3점만 허용하며 패배(7)보다 승리(8)를 더 챙겼다.
텍사스는 20일 에인절스를 6-4로 이겼는데 선발투수 아리하라 고헤이가 5⅔이닝 2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텍사스 선발투수들은 3경기 연속으로 1점도 헌납하지 않고 있다.
'1선발' 카일 깁슨은 개막전에서 ⅓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이후 3경기에서 21이닝 2실점(1자책)의 짠물 투구를 펼쳤다. 아리하라와 데인 더닝의 평균자책점도 각각 2.21과 0.60을 기록했으며, 조던 라일스(평균자책점 4.70)도 기대 이상으로 버텨주고 있다. 마이크 폴티네비치만 3패 평균자책점 5.63으로 기복이 있을 뿐이다.
선발진이 약해 탠덤(선발 1+1)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던 계획이었는데, 너무 잘 던져서 예정보다 더 긴 이닝을 던지고 있다.
가장 최근 등판 경기에서 더닝은 6이닝(무실점), 라일스는 5⅓이닝(3실점)을 소화했다. 댈러스모닝뉴스도 "텍사스로선 탠덤일 수 있겠지만 그것은 '전통적인' 탠덤이 아니다"고 했다.
텍사스는 여전히 탠덤을 유지하고 있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투수가 효율적이고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면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그렇다고 더닝, 라일스의 투구 수를 90개까지 늘릴 생각은 없다. 3~4이닝 동안 투구 수가 60~70개에 이르면, 일반적인 탠덤에 가까울 것이다. 난 그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설명했다.
라일스와 짝을 이뤘던 웨스 벤자민이 마이너리그로 강등됐지만, 콜비 알라드가 대체자를 맡을 전망이다. 양현종, 우드를 제치고 개막 로스터의 마지막 선수가 된 알라드는 개막전에서 홈런을 맞고 흔들렸으나 이후 2번의 등판에서 4이닝 8탈삼진 무실점으로 활약, 입지를 다졌다.
현실적으로 양현종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불펜이다. 텍사스는 선발 평균자책점이 3.07(7위)로 우수한 반면에 불펜 평균자책점이 5.34(28위)로 뒷문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텍사스보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높은 팀은 콜로라도 로키스(5.80)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6.99), 2개 팀뿐이다.
20일 경기에서도 6-0으로 앞선 7회말에 4점을 허용했다. 좌완 투수 브렛 마틴은 1사 2루에 구원 등판해 3타자 연속 안타를 맞았고 폭투까지 던졌다. 마틴의 피안타율은 무려 0.400이다.
또 다른 좌완 투수인 테일러 헌은 등판한 6경기 중 4경기에서 실점했는데 5점대(5.59)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불펜을 교체할 정도로 시급한 것은 아니다. 최근 가장 심각한 텍사스의 문제는 답답한 타선이다.
다른 불펜 좌완 투수 2명은 안정적인 편이다. 존 킹은 1승 평균자책점 1.29를 기록하고 있으며 부상에서 회복한 조엘리 로드리게스는 2번째 등판에서 1이닝을 2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았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팀마다 택시 스쿼드를 운용하고 있다. 부상, 부진 등으로 선수단 변화가 필요할 경우 택시 스쿼드에 포함된 선수를 곧바로 등록할 수 있다. 얼핏 기회는 꽤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양현종에게 쉽게 오지 않고 있다. 기약 없이 인내하며 기다려야 하는 수밖에 없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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