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대학, 이젠 '벤처 인큐베이터' 역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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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스타트업 게놈(Startup Genome)이 발간한 보고서, '2020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에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20위에 진입했다.
불모의 벤처 생태계에서 엘리트관료 주도의 '관리경제'가 효율적이었다면 이제 '글로벌 벤처 생태계 20위권 진입'을 맞아 민간과 대학 주도의 스타트업 확산과 인재 유입의 통로를 활짝 열어줄 필요가 있다.
창의관은 마치 작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대학에 둥지를 튼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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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이룬 성과는 지나간 모든 과정의 축적이다. 외환위기로 국가부도를 겪은 1997년, 새로 들어선 김대중 정부가 경제회생을 위해 선택한 탈출구는 벤처창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었다. 무분별한 지원으로 기업윤리마저 훼손된다는 비판이 있었음에도 벤처 생태계가 척박한 당시로선 최선의 선택이었고 수많은 실패기업들이 뿌린 씨앗은 조금씩 성장하여 뿌리가 되고 줄기가 되어 숲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경영혁신가로 저명한 피터 드러커는 ‘미래사회를 이끌어가는 기업가정신’에서 지난 세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 벤처국가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최고의 인재를 이공계에 투입하였기 때문이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12개 반중 7개 반이 이과이며, 항상 학력고사 전국 수석은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하는 것이 당연시되었고 전교 상위권 학생들은 공대를 지망하였다. 불모의 벤처 생태계에서 엘리트관료 주도의 ‘관리경제’가 효율적이었다면 이제 ‘글로벌 벤처 생태계 20위권 진입’을 맞아 민간과 대학 주도의 스타트업 확산과 인재 유입의 통로를 활짝 열어줄 필요가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자료에 의하면 2020년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고용은 전년대비 5만 2900명이 늘어난 72만 4100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늘린 고용인원 4200명의 열배가 넘는다. 더욱이 판교 및 테헤란밸리에 위치한 테크기업들은 인재 모시기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창업가의 인식 및 평가’ 조사에서 3년간 100점 만점에 ‘정부역할 및 기여도’는 60점대,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는 70점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으며 생태계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하다고 느끼는 것은 ‘규제완화, 투자활성화, 그리고 우수인력 확보’를 꼽고 있다.
얼마 전 카이스트의 신임 총장으로 취임한 이광형 박사의 취임사는 우리대학들이 가야할 방향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사업화(Start-up) 전략’을 제시하며, 이를 위해 ‘기업가정신 교육 강화, 교내 창업기업을 외부 자본 시장에 연결하는 등 파격적인 창업지원제도, 연구실별 창업을 권장하는 1랩 1벤처 운동, 연간 1000억 원의 기술료 수입 달성을 목표로 기술사업화 부서의 민영화를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서울대 신공학관에 가면 벤처창업 1호 교수의 이름을 딴 창의공간이 있다. 박희재 교수는 서울공대 실험실 창업 1호 교수이다. 창의공간은 그가 자신의 기업 주식 십 만주를 기증하여 대학 측에서 애교심을 기리는 의미로 만든 공간이다. 당시 금액으로 80억 원, 지금은 200억 원 규모로 주식가치가 올라있다. 창의관은 마치 작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대학에 둥지를 튼 모습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포스코 사외이사인 그의 중재로 포스코 인터내셔녈이 수시로 학생들이 낸 벤처아이템의 마케팅을 돕고, 기술보증기금이 규제프리 벤처펀드를 지원하기로 한 점이다. 이 공간 안에는 10개의 좌석을 지정하여 창업 아이디어를 낸 학생들에게 별도 제공하고 메이커 룸을 만들어 즉시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고, 기업가들이 수시로 와서 창업 멘토링을 대면, 비대면으로 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나 동부 아이비리그의 명문 공과대학들은 교수가 기업체 겸업이 많고 대학도 적극 장려한다. 대학과 기업의 브릿지 역할이 활발한 덕에 미국의 교수들은 연구개발 성과를 창업으로 연결하거나 테크기업 사외이사, 기술자문 등을 통하여 쉼 없이 교류한다.
대학의 사회기여 역할의 중심축이 변화하고 있다. 대학 위기의 시대, 진정한 대학의 혁신은 활발한 스타트업 정신에 있다. 그리고 대학에 머물고 있는 우리의 청년들이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은 스타트업 생태계 안에 널려 있다. 청년을 위한 최고의 복지이자 사회안전망은 여기에 있다.
송길호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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