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조성진' 17세 임윤찬을 주목하라

김성현 기자 2021. 4. 21.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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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피아니스트 발굴 나선 음악계

피아니스트 임윤찬(17)은 새벽 4시 반까지 캐나다 출신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연주한 바흐 영상을 보다가 잠들었다고 했다. 20일 오전 11시쯤 인터뷰가 시작됐으니 겨우 서너 시간 자고 나왔을까. ‘올빼미형’인 그는 인터뷰 도중에도 “밥 먹는 시간을 빼놓고는 피아노 친다” “새벽 3시까지도 연습한다”는 말을 수시로 했다. 말수는 적었지만, 그의 말을 받아적다가 깜짝깜짝 여러 번 놀랐다.

말수는 적지만 건반은 강렬했다. ‘차세대 조성진’으로 꼽히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0일 연세대 금호아트홀 무대에 섰다. /김지호 기자

임동민(40)·동혁(36) 형제부터 손열음(34) 김선욱(32) 선우예권(31) 조성진(26)까지. 한국은 세계 유수의 콩쿠르를 통해서 영재들을 배출하고 있는 자타 공인 피아노 강국이다. ‘차세대 조성진’ 찾기에 나선 한국 음악계에서 임윤찬은 한몸에 기대를 모으는 영순위 후보다. 11세 때인 2015년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데뷔했고, 2018년 클리블랜드 청소년 콩쿠르 2위와 쇼팽 특별상, 쿠퍼 콩쿠르 최연소 3위에 올랐다. 중3 때인 2019년에는 윤이상 국제 콩쿠르에 참가해서 최연소 1위와 청중상, 한국 젊은 연주자에게 수여하는 박성용영재특별상까지 대회 3관왕에 올랐다. 예원학교(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교 과정을 건너뛰고 지난 3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곧바로 입학했다.

지난해 펴낸 독집 음반의 후반부 리스트의 곡에서는 그야말로 뜨거운 열정을 쏟아낸다. “임윤찬은 마치 지옥을 본 사람처럼 피아노 건반으로 지옥 불을 일으켰다”(음악 칼럼니스트 최은규)“무시무시한 에너지를 건반에 쏟아내는 능력을 보면 20대 연주자라고 했어도 놀랐을 것이다. 10대 또래 연주자들 가운데 단연 발군”(음악 칼럼니스트 류태형)이라는 평이 실감났다. 지난 14일에는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의 협연자로 초대받아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2번을 수원시향과 협연했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꿈꾸던 무대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윤찬은 5월 6일 연세대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독주회를 앞두고 근심이 한가득이다. 인터뷰에서도 가장 많이 나온 말이 “아직 부족하다”였으니까. “페달 쓰는 것이 지저분하게 들릴까 봐 걱정이고, 연주 무대가 늘다 보니 새로운 곡을 익히느라 걱정이고, 암보(暗譜)를 완벽하게 마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연습하고 나면 반드시 녹음해서 들어보는 것도 그의 습관이다. 예브게니 키신과 다닐 트리포노프처럼 완벽주의로 소문난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자연스럽게 짐작이 됐다.

임윤찬처럼 최근 한국 음악계에 등장하는 ‘신성(新星)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을 통해서 일찍이 재능을 드러내고 금호영재콘서트 등으로 10대 때부터 다양한 연주 경험을 쌓는다는 점이다. 그 뒤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나 서울시향, 코리안 심포니 등을 통해서 협연자로 데뷔하는 과정을 거친다. 박선희 코리안 심포니 대표는 “음악 영재의 재능을 조기 발굴·육성하고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삼각 체계’가 완비된 셈”이라며 “교육적 관점에서 클래식 음악에 접근하는 한국적 시스템에 유럽 음악계에서도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베토벤 협주곡 전곡 연주에 나선 피아니스트 선율(왼쪽부터)·박재홍, 지휘자 마시모 자네티, 피아니스트 윤아인·정지원·임주희. /경기아트센터

‘차세대 조성진' 후보는 임윤찬만이 아니다. 경기 필하모닉(음악 감독 마시모 자네티)은 24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5곡) 연주 시리즈를 열면서 아예 협연자 5명을 모두 2000년 전후 출생 연주자들로 채우는 파격적 시도에 나섰다. 피아니스트 선율(20), 정지원(19), 윤아인(24), 박재홍(21), 임주희(20) 등 다섯 명이 베토벤의 협주곡을 한 곡씩 연주하는 ‘이어달리기’식 구성이다. 그래서 연주회 제목도 ‘다섯을 위한 다섯(Five for Five)’이다.

이탈리아 출신 지휘자 자네티는 “한국 피아니스트들은 세계적으로도 톱 클래스이며 테크닉적으로는 말할 필요도 없고 음악적인 면모 역시 성숙한 편”이라며 “코로나라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젊은 라이징 스타들과 꾸준하게 협력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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