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붙이고, 펜으로 그리고.. 우리 진짜 디자이너는 고객입니다"

최보윤 기자 2021. 4. 21.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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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운동화 열풍 '골든구스' CEO 실비오 캄파라 인터뷰
실비오 캄파라. /Giovanni Gastel

“우리는 이제 VIP(Very important person·매우 중요한 인물) 시대에서 VRP(Very Relevant Person·매우 유의미한 사람) 시대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시대정신으로 똘똘 뭉친 소비자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삶에 좀 더 의미를 남길 수 있는 제품을 스스로 찾아가거나, 아예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러한 소비자들의 변화에 귀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골든구스(Golden goose)의 탄생 20주년을 맞아 줌(zoom) 카메라 앞에 선 실비오 캄파라(41) 골든구스 CEO의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지금처럼 ‘이것이 트렌드야’라며 창의성을 톱다운(top-down·상명하달식)으로 강조하는 건 요즘 세대에게 그다지 통하지 않을 듯 싶습니다. 그들은 창의적인 단계서부터 직접 참여하고, 더 많은 결정권을 갖길 바라죠.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내길 원합니다. 우리는 물론 창의적인 제품을 내놓긴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줘서 그들이 주도적으로 제품을 탄생시키도록 하죠.” 패션 브랜드지만, 패션 트렌드를 소개하기보다는 소비자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플랫폼, 다르게 말해 ‘놀이터’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골든구스의 ‘슈퍼-스타’ 남성. /골든구스

골든구스는 지난 2000년 이탈리아 베니스 작은 동네에 살던 알레산드로 갈로와 프란체스카 리날도 커플이 가죽 재킷과 부츠를 내놓으며 패션계 첫발을 내디뎠다. 작은 공방이 조금씩 외부에 알려진 건 2007년 운동화까지 ‘메이드 인 이태리’로 만들면서. 구두를 만들 듯 장인들이 수백 가지 공정을 손으로 제작했고, 멀쩡한 새 운동화를 일부러 낡은 듯 보이게 했다. 지금은 골든구스 대표작이 된 ‘슈퍼-스타’ 컬렉션의 첫발이다. 별 장식이 마치 사람이 팔 벌린 듯 붙어 있다.

‘기존과 다른 것’을 추구하는 창업자 정신은 2013년 이 회사에 온 실비오 캄파라가 이어받았다. 캄파라는 3C 즉, 문화(culture)·공동체(community)·일관성(consistency)을 입혔다.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해 ‘자신만의 제품’을 꾸미게 했다. 별이나 반짝이 같은 장식을 붙이고, 유성펜으로 글을 쓰거나 그리는 등, 운동화나 가방, 의류가 ‘캔버스'가 됐다. 세계에서 단 하나 존재하는 ‘독창적 디자인’이 만들어진 것이다. 마니아층은 쏟아졌고, 골든구스는 ‘컬트 문화’로 성장했다. 캄파라가 회사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종업원 17명 정도의 작은 회사가 지금 럭셔리 운동화계의 톱(top)이 됐다. 다른 명품 브랜드들이 줄줄이 골든구스를 따라 ‘이태리산(産)’ 운동화를 내놓았다. 말 그대로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된 것이다.

그가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일 ‘골든TV’ 역시 비슷하다. 골든구스를 좋아하는 전 세계 팬들이 자신이 출연한 영상 등을 올려놓는 ‘커뮤니티’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꿈'은 희망이라는 다음 단계로 가는 원동력이지요. 꿈꾸는 이가 많아지고, 펼쳐놓을 공간이 다양해져야 우리 사회도 선순환을 할 수 있습니다. 자, 여기서 우리의 모토를 말씀 드려야겠네요. ‘골든구스에 오면 누구나 다 수퍼스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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