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정치, 가장 치명적인 역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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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동부 미시건주는 대표적인 경합주(swing state)로,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선 조 바이든이 승리했다.
주지사도 민주·공화당 출신이 거의 번갈아 맡아, 2011~2019년은 릭 스나이더(공화)가, 지금은 민주당 여성 정치인 그레첸 위트머가 주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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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동부 미시건주는 대표적인 경합주(swing state)로,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선 조 바이든이 승리했다. 주지사도 민주·공화당 출신이 거의 번갈아 맡아, 2011~2019년은 릭 스나이더(공화)가, 지금은 민주당 여성 정치인 그레첸 위트머가 주지사다. 위트머 체제의 주 법무부가 2019년 6월 '플린트 수돗물 사태(Flint Water Crisis)'로 기소된 8명에 대한 공소를 전격 취하했다.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원점서부터 다시 따져 모든 책임 주체를 법정에 세우겠다는 것, 기소를 면한 전 주지사까지 겨냥한 거였다.
플린트시는 미국 제조업의 성지 중 한 곳이다. GM 설립자 윌리엄 듀런트가 '플린트 카트'라는 마차업체로 사업을 시작한 곳이고 1908년 GM 첫 공장을 세운 곳이다. 1960년대 전성기 20만 명에 이르던 인구는 제조업 침체와 해외이전 여파로 근년에는 10만 명 미만으로 줄었고, 방대한 재정적자로 2011년 이래 주정부가 파견한 비상재정관리인에게 예산 편성·집행의 최종 권한을 위임했다. 2014년 4월 21일, 플린트시가 디트로이트시와의 상수도 공급 계약을 철회하고 플린트강 강물을 정화해 쓰게 된 것도 재정관리인의 결정이었다.
당초 계획은 오대호(휴런호)의 물을 파이프로 직접 끌어와 쓴다는 거였다. 문제는 직수라인 완공이 2016년 말에나 가능한데, 디트로이트시가 장기계약을 일방 파기한 플린트시에 2014년 말까지만 물을 대주겠다고 통보한 것. 공백의 대안으로 나온 게 공업용수로도 부적절한 플린트 강물이었다.
악취와 피부병, 두통 등 수질 관련 민원이 빗발쳤고 레지오넬라 집단중독 사태까지 빚어졌지만 강물 취수는 2015년 10월까지 지속됐고, 12월에야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1만여 명이 넘는 아동이 납에 중독(추산)되는 등 인적, 물적 피해 규모는 아직 미지수다. 그릇된 정치·정책만큼 치명적인 '역병'은 없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 사건이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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