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선미]화성에서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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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행성' 화성은 지구에서 2억2500만 km 떨어진 이웃이다.
이곳에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띄운 헬기가 날았다.
독창성이라는 뜻을 지닌 인저뉴이티(Ingenuity)라는 이름의 이 무인 헬기는 태양광 패널 밑 케이블 주변에 라이트 형제가 남긴 유산(遺産)을 테이프로 붙여 놓았다.
1903년 이 형제가 미 노스캐롤라이나의 언덕에서 인류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했던 플라이어 1호기의 날개 덮개용 무명천과 같은 천 조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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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인저뉴이티가 날자 나사 직원들은 “우리는 다른 행성에서 ‘라이트 형제의 순간’을 맞았다”며 환호했다. 비행시간은 39.1초. 118년 전 라이트 형제는 12초간 날았다. 나사는 헬기가 이착륙한 지표면에 ‘라이트 형제 필드’라는 이름도 붙였다. 2월 화성탐사선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인내)의 배 밑에 붙어온 이 초소형 헬기는 지구의 100분의 1에 불과한 화성의 대기 밀도를 극복해야 했다. 탄소섬유 날개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분당 2500번 회전하면서 날아오를 수 있었다. 독창성과 인내가 이룬 쾌거였다.
▷이번 비행은 화성 공중탐사 시대를 연 동시에 실추됐던 나사의 명예를 회복시켰다. 과거 우주왕복선 비행을 극비로 진행하면서 걸핏하면 로켓이 추락해 외면받던 나사를 앞서 살려냈던 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1972년 아폴로17 이후 중단된 나사의 유인 달 착륙을 2017년 승인하면서 우주개발을 국가안보 의제로 삼은 것이다. 2019년 나사는 궁극적으로는 화성에 가기 위한 달 탐사 프로젝트의 명칭을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라고 발표했다.
▷반드시 화성에 가야겠다는 사람이 있다. 테슬라 창업주인 일론 머스크다. 그가 2002년 세운 민간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는 16일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을 누르고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민간 달착륙선 사업자로 선정됐다. 머스크가 화성 탐사용으로 개발하는 스타십 우주선이 달에 가게 된다. 우주 탐험을 인간 의식의 확장으로 보는 머스크는 ‘화성으로 날자’는 자신의 꿈에 더 다가갔다.
▷한화, LIG넥스원 등 국내 방위산업체들도 우주로 향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뛰어들어 민간 주도가 대세인 우주산업은 2040년 600조 원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머스크는 지구와 화성이 26개월마다 가깝게 접근하는 30일 정도를 화성 여행의 적기로 보면서 2050년까지 100만 명이 사는 도시를 화성에 만들겠다고 한다. 실현 가능한 것을 목표로 삼는 게 아니라 상상한 뒤 실현 방법을 찾는 머스크와 경쟁하려면 우리 기업도 국가도 갈 길이 바쁘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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