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일 사라진 시대.. "날 웃기면 1000만원"
방송작가 유병재-김성하PD 인터뷰
유튜브 채널 ‘유병재’는 최근 웃지 못하는 모텔 ‘웃지모텔’이라는 콘텐츠를 선보였다. 빌린 실제 모텔 건물 한 채를 유병재가 돌아다니며 방마다 머무는 개그맨, 출연진의 코미디를 관람하는 콘텐츠다. 유병재는 “나는 절대 못 웃긴다. 여러 번 웃길 수 있으면 몇천만 원, 몇억이라도 낼 자신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건물을 다 돌았을 때쯤 그의 현금 가방서 수천만 원이 탈탈 털렸다.
발단은 올해 1월 유병재가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던 “누가 나 좀 웃겨줬으면 좋겠다” “웃기면 1000만 원도 주겠다”는 발언이었다. 이 ‘실언’을 들은 그의 매니저 유규선과 김 PD는 바로 내기를 걸고 작당을 시작했다. 판을 점점 키우더니 유병재는 사비 총 1억 원을 준비해 모텔로 입장했다. 유병재는 “워낙 잘 웃지 않는 데에 자부심 아닌 자부심이 있었다”고 했다. 김 PD는 “도전의식이 생겼다. 개그 달인들을 섭외하는 게 관건이었다”고 했다.
콘텐츠에는 김준호, 윤성호, 안일권 등 기성 개그맨부터 최근 인기를 끈 ‘피식대학’의 멤버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와 이창호를 비롯해 유병재의 친누나까지 출연한다. 방법이야 어떻든 그를 웃게 해 1000만 원을 타는 게 목적. 이들 앞에서 안면근육을 부여잡고 웃음을 참는 유병재를 보는 것도 웃음 포인트다.
유병재는 개그맨 하준수, 최우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최우선은 미모의 여성이 자신을 악착같이 따라다닌다는 상황극을 연출했다. 무릎 꿇고 바지 끝에 매달린 여성에게 “셋을 셀 때까지 손을 놓으라”고 하다 막상 손을 놓으면 “아니, 진짜 놓진 말고” 식의 역할극을 감칠맛 나게 했다. 1970년대 유랑극단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흉내 낸 피식대학 개그맨들도 웃음을 이끌어냈다. 유병재는 “봉준호 감독이 말한 ‘삑사리의 미학’이 웃음에도 있다. 의도치 않은 실수에서 웃음이 터져버렸다. 1억 원짜리 객기를 부린 게 후회스럽지만, 코미디를 즐기는 입장에서 고마운 콘텐츠”라고 했다.
‘웃지모텔’을 본 후 “고맙다” “따뜻하다”는 반응도 많다. 설 자리가 줄어든 개그맨이 재조명받도록 돕는다는 맥락에서다. 유병재는 “제가 누군가를 돕는다는 표현은 건방지다. 채널이 다 같이 재밌게 놀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2019년 ‘카피추’라는 캐릭터로 사랑받은 개그맨 추대엽도 그의 채널을 통해 조명받기 시작했다.
시즌2 제작 요청에 이들은 “시즌2 준비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출연자를 공개모집하거나 유병재가 타인을 웃기는 방식도 고민 중이다. 김 PD는 “개그 능력을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라 같이 웃음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왜 이들은 매일 웃음에 골몰하는가. 유병재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분들도 누군가를 웃기고 싶어 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웃음은 우리 상상보다 큰 존재”라고 답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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