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80] 나라를 망친 六賊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2021. 4. 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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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북송)가 금나라의 침입을 받아 남쪽으로 옮겨가게 되자 진동(陳東·1086~1127)이라는 태학생이 국정(國政)을 문란케 한 채경(蔡京)을 비롯해 양사성(梁師成), 이언(李彦), 왕보(王黼), 주면(朱勔), 동관(童貫) 등 6명을 나라를 망친 육적(六賊)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도륙해 천하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청했다. 그러나 남송(南宋)의 황제 고종(高宗)은 오히려 진동을 저잣거리에서 참수시켜 버렸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의 20~30대 초선 의원 5명이 4·7 재·보선 참패의 원인으로 조국 사태를 거론하며 반성을 촉구할 때만 해도 진동의 기개를 보게 되는가 살짝 기대했다. 언감생심(焉敢生心), 불과 1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586 ‘진보 귀족’ 의원들과 강성 당원들의 등쌀에 곧바로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친문’은 바로 부활했다.

지난 16일에는 ‘친문 골수’ 윤호중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같은 날 청와대 개편 차원에서 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최재성 전 정무수석은 뜬금없는 퇴임 소감을 남겼다.

“이 정부는 사심이 없고 측근이나 친인척 비리가 없다.”

“참으로 선한 문재인 정부와 함께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마도 최 전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모셨으니 대통령이 바른 소리를 좋아하는지 굽은 소리를 좋아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이런 어이없는 발언은 바로 이 점을 잘 감안해서 내뱉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같은 날 청와대 신임 대변인에 박경미 교육비서관이 내정되면서 그 이유는 확연해졌다. 2019년 11월 유튜브에서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를 치며 했던 말이 귀에 쟁쟁하다.

“저는 이런 월광소나타, moonlight, 달빛소나타가 문재인 대통령의 성정을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 전 수석이나 박 신임 대변인은 이 정권 ‘육적’에 낄 체급도 안 된다. 달빛이 지면 사라질 육적을 꼽아보는 게 요즘 사는 재미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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