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중요성 확인된 간호사 역할..한국과 미국 차이는
간호사로 근무중인 양경숙씨
美 간호사는 석사 이상이면
대형병원 1차진료 볼수있어
경증환자에겐 처방전 써주고
중중이면 전문의에게 보내
지역따라 연봉 8만~15만弗
3~5년마다 자격시험 거쳐야
능력 갖추면 정년없이 일해
나이 많아도 임상 인정받아
한국에 이어 미국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양경숙 간호사(63)는 모친이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느낀 한국과 미국 간호사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경험을 이같이 들려줬다.
양 간호사는 한국에서 21년간 대학병원과 지역사회 정신보건 분야에서 근무한 후 2005년 미국으로 건너가 샌프란시스코 켄트필드병원(Kentfield Hospital)에서 일을 시작했고 현재는 주 2~3일 파트타임(On-call·온콜)으로 재활전문간호사(CRRN)와 주사전문간호사(CRNI)로서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고 있다.
양 간호사는 "미국은 전문 간호사가 책임하에 하는 일이 많고 경력 간호사가 우대받으며 다양한 근무 환경이 주어져 개개인에게 맞는 일정대로 일할 수 있는 근무의 유연성이 한국과 다르다"고 말했다. 주중 혹은 주말만 일을 하는 간호사도 있고, 파트타임으로 주 2~4회, 병원에서 필요할 때 나가는 온콜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근무시간도 8시간, 12시간 순환근무나 본인 동의하에 16시간을 일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를 양육하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자신의 경력을 쌓으며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가능하다. 양 간호사는 "동료 중에는 78세인 필리핀 간호사도 있다"며 "건강하고 의지만 있다면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에서 환자들이 젊은 간호사보다 오히려 영어가 좀 서툴러도 경력 간호사를 선호하는 것도 '간호사의 정년 파괴'에 한몫하고 있다.
양 간호사의 딸 김제인 씨(36)는 한때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일했지만 주 3회 주말 근무를 하는 어머니를 보고 간호사에 매력을 느껴 직업 전환을 했다. 미국에 가서 전공에 상관없이 학사 소유자가 1년 과정을 마치면 RN, 학사 간호사가 되는 간호과정을 이수했다. 그 후 5년 과정 DNP 프로그램을 마치고 간호사로 일하며 DNP가 됐다.
미국 간호사는 석사 학위 NP(Nurse Practitioner) 또는 박사 학위 DNP(Doctor Nurse Practitioner), 학사 학위 또는 1~4년 간호과정의 RN(Registered Nurse), 2년 이하나 짧으면 9개월 단기 교육과정의 LPN(Licensed Practical Nurse) 등으로 나뉜다. 모두 임상에서 일할 수 있지만 법적인 제한을 받는 분야가 있고, 근무규정 한계가 분명해 할 수 없는 일은 시키지도 않고 하지도 않는다. NP나 DNP는 의사처럼 자신의 전공과목이 있으며 대형 병원의 1차 진료는 NP·DNP가 보는 경우도 있고 환자를 스크린해서 증상에 맞는 전문의에게 보내고 약 처방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가정의학과와 같은 클리닉 개설이 가능한데, 주로 소도시에서 개업한다.
지역에 따라 임금 차이가 있는데 샌프란시스코 간호사들은 보통 연봉이 8만~15만달러에 달한다. 미국 간호사는 2시간 일하면 의무적으로 15분 쉬어야 한다. 하루 8시간 일한다면 30분 점심과 두 차례 15분 휴식을 취하라고 법으로 규정돼 있다. 다만 점심시간은 무급이므로 30분이 더 연장되어 하루 8시간30분이 근무규정이다.
이처럼 미국 간호사는 위상과 역할이 좋지만 책임이 뒤따르고 실수하면 가차 없이 해고 당하며 면허정지를 받는다.
전문 간호사는 요구하는 분야 경력에 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자격을 유지(갱신)하려면 3년 또는 5년마다 1400달러 정도 회비와 심도 있는 자격 유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의사와 함께 환자 대면이 가장 많은 간호사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양 간호사는 "앞으로 고령화로 활성화될 홈케어, 왕진서비스 등에서도 간호사 위상과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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