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비 차드 대통령, 6선 연임 확정 직후 전쟁터에서 사망
[경향신문]
이드리스 데비 차드 대통령이 6선 연임이 확정된 다음날 전장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69세.
AFP통신에 따르면 차드 군 당국은 데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반군과 전투가 벌어진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뒤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30여년간 집권하고 있던 데비 대통령은 전날 6선 연임이 확정돼 2033년까지 집권할 수 있었다. 그는 지난 11일 열린 대선투표에서 79.3%의 득표율을 얻었다.
하지만 투표가 진행된 날 반군 ‘차드 변화와 화합을 위한 전선’(FACT)이 리비아에서 차드 국경 근처 카넴주를 침공해 삽시간에 수백km를 남진했고, 차드는 비상사태가 걸렸다. 차드 당국은 침공 첫날 반군 300여명을 섬멸하고 150명을 포로로 붙잡으며 진압에 나섰지만, 전투는 수일간 지속됐다. 수도 은자메나에는 탱크가 배치돼 긴장이 감돌기도 했다. 결국 데비 대통령은 자신의 당선 축하 행사에 참석하는 대신 격전지에 자국군을 시찰하러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아프리카 대륙 중부에 있는 차드에서는 프랑스 식민지에서 독립한 1960년 이후 무슬림 세력과 기독교 세력 간의 갈등이 계속됐다. 차드 북쪽에 있는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은 차드 내전이 일어난 1966년 무슬림계 반군 세력을 지원하고, 프랑스 정부는 기독교 진영의 당시 차드 정부를 지원하며 내전이 리비아와 프랑스가 개입한 국제분쟁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후 무슬림 세력 내에서도 분열이 일어나 차드는 여러 세력이 서로를 공격하는 난장판이 됐고, 기독교 세력과 무슬림 세력이 번갈아가며 정권을 잡았다. 지속되는 내전에 차드의 경제는 점점 악화됐다. 유엔 인간개발지수가 2019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차드는 전 세계 189개국 중 세 번째로 가난한 국가로 전락했다.
데비 대통령은 30년 동안 수많은 쿠데타 시도와 반군의 반란에도 장기집권했다. 그는 1990년 반란을 일으켜 후세인 하브레 정권을 무너뜨리고 이듬해 공식 취임했다. 이후 차드의 남부에서는 기독교 세력이, 북부에서는 리비아 반군과 결탁한 또다른 무슬림 세력이 그의 자리를 노렸다. 지난 대선에서도 야당 지도자들은 “선거운동 형평성이 없다”며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
데비 대통령은 뇌물 수수 혐의와 민간인 학살 혐의도 받고 있다. 미 법무부는 데비 대통령이 중국 에너지 기업으로부터 200만달러(약 22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석유 시추권을 넘겼다고 2017년 밝혔다.
차드 군 당국은 데비 대통령의 아들이자 차드 임시 군사 협의회를 이끄는 마하마트 이드리스 데비 이트노(37) 육군 대장이 향후 18개월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내각과 의회에 해산 명령을 내리고, 민간인 야간 통행금지와 국경통제 등을 발표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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