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여기 있는 것 즐기자"..리디아 고, 부활의 힘은 '멘털'

류형열 선임기자 2021. 4. 20.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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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찾고 긴장 풀고 감사한 마음
기술보다 정신적으로 한층 성숙

[경향신문]

골프는 기술이 먼저일까, 멘털이 먼저일까.

리디아 고(24·사진)가 3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정상에 복귀하는 것을 보면 기술과 멘털의 관계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것은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라는 인과관계에 대한 딜레마와 같다. 리디아 고는 롯데 챔피언십에서 기술적으로 거의 흠잡을 데 없는 플레이를 했다. 레이저 같은 어프로치샷은 홀 2m 안쪽에 붙었고, 퍼팅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리디아 고는 최근 5번의 라운드를 ‘62-67-63-65-65’로 마쳤다. 숱한 최연소 기록을 썼던 천재성을 완전히 회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리디아 고의 부활에서 멘털 혹은 마음가짐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리디아 고는 3라운드까지 넬리 코르다에 겨우 1타 차로 앞서 있었고, 박인비와 김세영 같은 경쟁자들이 자신의 우승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의심과 불신, 불안이 자신을 삼킬 수도 있었다.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있던 리디아 고에게 스윙코치 숀 폴리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믿음과 확신’이라는 두 글자였다. 리디아 고는 “훈련을 믿어라”라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며 응답했다.

리디아 고는 “자신감과 공격적 사고방식으로 칠 때 내가 가장 잘 치는 것 같다”면서 “왜냐하면 그럴 때 더 자유롭고 덜 통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코스 밖에서 균형을 찾고, 긴장을 풀고, 올바른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리디아 고는 호텔방을 빠져나와 하이킹을 하며 하와이의 풍광을 흠뻑 즐겼다. “리디아 고는 그냥 여기 있는 것을 즐겼다”면서 “즐겁고 행복할 때 최고의 골프를 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감사해하는 마음이다. 리디아 고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리가 경기를 하고 경쟁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균형, 올바른 시각, 감사함…. 리디아 고가 기술적으로만 절정에 오른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그 진폭이 적다. 올 시즌 리디아 고의 행보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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