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제작사·창작자와 수익 나눈다" 첫 상생 선언

김지혜 기자 2021. 4. 2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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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제작협회·독립PD협회와 합의
외주사에 원본 재가공 판매도 허용
30년 만에 불공정 관행 개선 첫발

[경향신문]

‘상생 협력과 미디어 환경 위기 돌파 공동선언’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BS 제공

EBS가 방송사와 협력제작사 간 불공정 제작 관행을 해소하는 상생 협력안에 합의했다. EBS는 프로그램 판매 수익을 제작사와 나누고, 제작사가 원본 촬영분을 재가공해 수익을 낼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사와 제작사 대표 단체가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상생안을 마련한 것은 1991년 외주제작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EBS와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KIPA), 한국독립PD협회는 20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상생 협력과 미디어 환경 위기 돌파를 위한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201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EBS <다큐프라임> ‘야수의 방주’ 편을 제작하던 박환성·김광일 PD가 비용 절약을 위해 직접 야간 운전을 하다가 사고로 사망한 이후 협력제작사·창작자들은 방송사 측에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이에 EBS는 지난해 6월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며 한국독립PD협회 등과 불공정 제작 관행 개선을 위한 상생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이날 선언은 6차례 협의회 회의 끝에 나온 첫 결실이다.

선언에 따라 EBS는 올가을부터 외주기획안 자유공모제로 선정된 프로그램을 편성할 시 방송 종료 후 2년간 케이블TV와 인터넷TV에 판매되는 개별 프로그램 수익을 협력제작사와 5 대 5로 배분한다. 또 협력제작사는 사전 신고만 하면 촬영한 원본을 활용해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수익은 매출 기준으로 제작사가 60%를, EBS가 40%를 가져간다.

EBS는 협력제작사가 협찬을 유치한 경우 받던 20%의 간접비를 10%로 낮추고 제작사가 협찬 유치금액의 90%까지 인센티브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수익 배분 대상이 되는 협력제작사는 프로그램 창작에 기여한 제작진과 수익을 일정 기준에 따라 배분해야 한다는 합의안도 도출했다.

이날 선언은 협력제작사들이 콘텐츠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해 판매 수익을 배분받거나 원본 촬영분을 재가공할 수 없었던 방송계 관행에 대한 혁신적 개선안으로 평가된다. 송호용 한국독립PD협회장은 “방송사가 프로그램에 대한 협력제작사와 제작진의 기여도를 확실하게 인정하고 이것을 계약서에 명시화하는 단계까지 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허주민 KIPA 회장은 “이번 선언을 통해 방송사뿐만 아니라 제작사·창작자도 창작 결과를 공평하게 배분받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세 단체는 상생 협력을 위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명중 EBS 사장은 “이 선언이 미디어 환경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되기를 기원하며 협력제작사와 창작인들의 동기 부여에 큰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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