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장애인 부모들 "이대로는 눈 못 감아..아이들 모습 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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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감옥에 간다면 다행이죠. 장기라도 팔려서 어디서 죽게 되는건 아닌지...제도가 만들어져야 눈을 감을 수 있을거 같아요."
4월 20일 '장애인의 날' 경북 포항시청 광장에서 열린 '포항시 탈시설·탈재가 및 자립생활 권리선포식'에서 만난 백영미(50)씨는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지원 조례'가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눈물로 읍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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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장애인의 날' 경북 포항시청 광장에서 열린 '포항시 탈시설·탈재가 및 자립생활 권리선포식'에서 만난 백영미(50)씨는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지원 조례'가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눈물로 읍소했다.
백씨는 아들 박 모(23)씨가 지적장애를 갖고 있지만, 아들의 선택을 언제나 믿고 존중해 왔다.
어린아이 수준의 지적능력을 가졌지만, 회사에 취업해 일을 하고 세금을 내는 어엿한 직장인이자 사회구성원이 된 아들의 모습을 보며 힘들었던 지난 기억이 녹아 내렸다.
하지만, 비장애인인 직장 동료 A씨가 박씨의 휴대폰으로 대출을 받았고 그 돈이 A씨 통장에 있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됐을 땐 '사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충격을 받았다.
백씨는 "A씨가 1년 넘게 아들을 챙겨 주고 너무 잘했다. 아들도 A씨를 잘 따랐다"면서 "아들은 대출이 뭔지도 모르고 형이 휴대폰을 달라니 줬단다. 믿었던 만큼 충격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아이들을 위한 법적인 제도가 없으면, 아이들은 전혀 보호받지 못한다"면서 "돈을 뺏기고, 장기가 팔려서 죽게 되는 건 아닌가하는 걱정뿐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장애인들은 부모의 관리 속에 있다가, 부모가 고령화 등의 이유로 관리할 수 없게 되면 장애인 수용 시설로 들어간다. 그 곳에서 남은 생을 보내는 게 일반적이다.
탈시설·탈재가는 장애인들이 부모 밑이나 시설에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생활하도록 거주를 지원하고, 복지사 등이 장애인들의 불편과 어려움, 위험 등에서 보호·관리하도록 하는 장애인 복지이다.
한 장애인 부모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격리돼 시설에서 평생을 보내는 게 인격체로써의 삶이라고 할 수 있겠냐"고 하소연했다.
장애인 부모들은 "내가 죽은 뒤 아이들의 모습이 뻔하다. 제도가 만들어져야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입을 모았다.
사정이 이렇자 시민·사회·장애 단체 등으로 구성된 '420 장애인차별철폐연대포항공투단'은 "장애인들의 탈시설·탈재가를 위한 법적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성열 사무국장은 "인간으로써 권리인 행복권을 찾겠다는 것이다"면서 "사회초년생 등 비장애인도 사회적 혜택을 받지 않냐. 장애인들도 그에 맞는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현재 장애연금을 받고 있는 만큼, 제도를 만들어도 예산적인 부분이 갑자기 크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차별연대 등은 이날 선포식 후 포항시청을 출발해 포항시외버스 터미널까지 행진을 하며 '탈시설·탈재가 자립생활지원 조례재정'의 필요성을 알렸다.
한편, 포항지역은 등록장애인(15개 분야) 2만 5천여명이 있으며, 비등록 장애인을 더하면 5만 여명의 장애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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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CBS 김대기 기자] kd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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