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부친이 성폭행" 노부 때려 숨지게 한 딸..2심서 무죄 뒤집혀 실형

法 "사건 당시와 진술 맞지 않는 부분 많다"

 
함께 술을 마시던 90대 아버지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딸에 대한 무죄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대전고법 제3형사부(재판장 정재오)는 20일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52)에게 원심 무죄를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수사기관에서부터 1심과 2심에 이르러서도 계속해서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점, A씨의 진술이 사건 당시 상황과 부합하지 않는 점에 비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5월 1일 오후 2시50분쯤 대전 대덕구 B씨 집에서 B씨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모친에 대한 얘기 등을 하다 다투게 된 B씨(사망당시 93세)에게 물건을 던지고 나무 받침대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선 1심 재판부는 피해자 A씨의 친부가 사망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172%의 만취상태였던 점, 치매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었던 점에 비춰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B씨에게 저항하려다 범행했다는 정당방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 진술에 신빙성을 부족하다고 봤다. A씨는 이날 실형을 선고하고 구속 절차를 진행한 재판부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호소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수사를 받고 구속돼 법정에 이르기까지 8개월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B씨가 성폭행하려 했다고 진술을 바꿨다”며 “스스로도 본인의 기억력을 의심하고 있고, 사건 당시와 진술이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으면서도 숨진 B씨의 명예를 위해 성폭행 사실을 숨기려 했다는 주장을 선뜻 믿기 어렵다”며 “패륜아라는 가족들의 손가락질이 두려워 뒤늦게 사실을 밝혔다고 하지만, 범행 전부터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A씨가 이 같은 사정을 고려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B씨가 옷을 벗고 자신의 치마를 벗겼다고 주장하지만 B씨는 옷을 입고 있었고, 치마에서 혈흔이 발견된 것은 옷을 입고 상해를 입혔다는 반증”이라며 “자신의 패륜적 범행을 모면하기 위해 숨진 아버지를 성폭행범으로 몰았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고 어떠한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