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녹색당서 '제2의 메르켈' 나올까

장은교 기자 2021. 4. 2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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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어복 대표, 총리 후보에
23%로 뛰어오른 당 지지율
40대 여성 총리 탄생 기대
"국제법 전문..러·중에 강경"

[경향신문]

독일 녹색당 최초의 여성 대표인 안나레나 배어복(40·사진)은 제2의 앙겔라 메르켈이 될 수 있을까.

19일(현지시간) 녹색당은 오는 9월 치러질 연방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배어복 공동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녹색당이 총리 후보를 낸 것은 창당 40년 만에 처음이지만, 집권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녹색당 지지율은 23%까지 뛰어올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과의 격차를 6%포인트까지 좁혔다. 특히 지난달 실시된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회 선거에서 녹색당은 32.6%의 높은 지지율을 얻어 더 이상 대안정당이 아닌 유력 정당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배어복 대표는 이번 선거의 유일한 여성 후보로, 메르켈의 뒤를 이어 다시 여성 총리가 탄생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DPA통신은 “녹색당은 과거 정치의 변방에 머물러 있었지만, 최근 몇년간 모든 당에 장벽을 허물고 가장 적극적으로 보폭을 넓혀왔다”며 “녹색당이 사회민주당·자유민주당 등과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할 경우 녹색당에서 총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2018년 메르켈 총리가 처음 사퇴 의사를 밝힌 후 지난해까지만 해도 집권당인 기민당의 차기 당대표가 당연히 차기 총리가 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05년부터 집권해온 메르켈 시대 16년이 끝나가고 있는 지금, 녹색당은 이번 총선에서 돌풍을 몰고 올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내내 집권당이 보여준 비효율성과 무능함을 개혁하고 독일 정치에 새바람을 몰고 올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그리고 이 녹색당 돌풍의 중심에 배어복이 있다.

배어복은 녹색당이 창당된 해인 1980년에 태어났다. 젊은 시절 트램펄린 선수로 전국대회에 나가 동메달을 획득한 이색 이력도 가지고 있다. 그는 메르켈이 총리가 된 2005년 녹색당에 가입했고, 28세에 브란덴부르크주의 녹색당 대표가 됐으며, 33세에 연방의원에 당선됐다. 배어복은 2019년 열린 당 대회에서 97%라는 엄청난 지지 속에 공동대표로 선출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행동과 사고방식 등에서 메르켈 총리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등 일찍부터 “총리감”이라는 말이 오갔다고 한다.

2013~2017년 당내 기후변화 정책 대변인을 담당했을 만큼 기후변화 이슈에 관심이 많고, 독일 내에서 세력을 키워가고 있는 극우 포퓰리즘과 외국인 혐오에 대해서도 가차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도이체벨레는 배어복에 대한 특집기사에서 “그가 총리가 될 경우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70% 감축하겠다는 현 정부의 목표를 좀 더 상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배어복은 국제법 전문가로 평소 보다 강력한 외교정책을 주장해왔다”며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더 비판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날 집권당인 기민당은 차기 총리 후보로 아르민 라셰트 당대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라셰트가 집권 연정의 최종 총리 후보로 지명될 경우 배어복과 2파전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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