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규제 완화"..여당 부동산 정책 '오락가락'

윤승민 기자 2021. 4. 2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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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탁자엔 흐릿한 ‘민생’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종부세 9억서 12억 상향 추진
홍익표 의원 “공감대 확인”
김병욱 의원은 개정안 발의
종부세 대상은 4%도 안 되고
대출 완화 땐 집값 상승 우려
전문가들 “정책 일관성 없어”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 선거 패배가 부동산정책 탓이라고 보고 ‘종합부동산세 및 재산세 과세 대상 축소’ 등 부동산 규제 기조를 바꾸려 하고 있다. 수도권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커진 1주택 실수요자들의 세금 부담을 줄이고 무주택자의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집권여당의 부동산정책 목표가 일관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히려 집값 상승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20일 KBS 라디오에서 “종부세는 초고가주택을 보유한 부자들에 대한 부유세 개념으로 도입됐는데, 집값이 상승하면서 과세 범위가 너무 확대됐다”며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종부세 과세 범위에 대해 “6월 다주택자·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 상황을 보면서 면밀하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인 1주택 가구 종부세 부과 기준을 ‘12억원 초과’로 상향하고 1주택 가구의 공제 항목과 한도를 늘리는 내용을 담은 종부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홍 의장은 “장기 무주택자·최초 주택구입자·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한비율)를 다소 유연하게 해주자는 공감대가 있다”고도 말했다. 민주당이 지난 19일 출범시킨 부동산특별위원회는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종부세 및 재산세 부과 대상 조정, LTV·DTI 완화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투기세력이 아닌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늘리고 무주택자의 대출을 옥죄면서 부동산 민심이 들끓었다고 보고 있다. 1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 완화와 무주택자에 대한 LTV·DTI 완화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의 의견을 들을 수는 있지만, 그동안 정부가 강조해온 정책 기조를 너무 쉽게 뒤집는다고 우려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주택 구매수요를 자극하기는 하지만, 무주택자의 주택 보유 요구가 강하니 ‘실수요 여부’가 입증되면 완화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을 완화하겠다며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붓고 있는데 거기에 손잡고 종부세를 완화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전 국민 중 종부세 내는 사람이 지금도 2%가 안 되는데 대상을 축소하는 건 안 맞는다”면서 “집값 상승이 과한 게 문제인데 해결책으로 세금을 내리는 건 진단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효과가 없었다고 해서 세금을 줄이고 대출을 늘린다면 주택가격이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민심을 잡으려다 조세정책까지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는 “정책의 목표가 가격안정인지 주거안정인지 불분명하다”면서 “사고 터지면 쫓아가는 현 정부 정책은 대중적”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재정을 통한 정부 복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그러려면 고액자산가에 대한 과세가 불가피한데 여론에 따라 고액주택 과세를 줄이면 나중에 다시 늘리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앞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전 국민 중 종부세 과세 대상은 4%가 안 되는데, 이들의 목소리는 크고 다수 집 없는 서민을 위한 목소리는 안 나온다”고 비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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